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몸집 불릴수록 부채·금융취약성 심화…"헝다는 中 경제 미니어처"

[흔들리는 中 경제시스템]

<상> 부채로 큰 大馬…부채에 무너지나

광둥성 정부 지원으로 급성장 후

부동산 넘어 전기차 등 문어발 확장

규제로 차입 의존 사업구조 흔들

주택가격 급락…주가도 올 84% 폭락

헝다 성장모델, 中 시스템과 판박이

"디폴트땐 금융리스크 전이" 경고도

중국 베이징 헝다시티플라자의 에스컬레이터 너머로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헝다그룹은 중국 경제의 미니어처(축소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사에서 현재 악화되고 있는 중국 헝다그룹 사태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헝다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지었고 중국이라는 국가도 마찬가지로 은행 돈으로 도로와 철도·공항 등 인프라를 건설했다는 이야기다. 헝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중국의 금융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막대한 부채를 통해 성장을 이룬 헝다처럼 중국도 막대한 국가 부채로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현재까지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성장이 지연될 경우 남은 부채는 곧바로 ‘악성 종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헝다 사태가 국가자본주의 방식의 중국 경제 시스템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22일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비율(정부, 비금융 기업, 가계 합산)은 270.1%로 전년 말보다 24.7%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274조 4,200억 위안(약 5경 원)이다. 총부채비율 중 가장 큰 것이 기업 부채비율로 162.3%나 됐다. 이는 전년 대비 1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성장을 위해 도로와 철도·공항 등 인프라 시설에 집중 투자했고 대부분 자금은 정부가 보유한 국유 은행에서 대출을 통해 조달했다.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돈을 빌려 몸집을 키웠다. 특히 지난해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과정에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코로나19 탈출을 이유로 많은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공식·비공식 보증 아래 은행 대출과 채권 발행에서 혜택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국가 부채 증가에 깜짝 놀란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긴축을 통한 출구 전략에 돌입했다. 은행 대출을 줄이고 방만한 경영도 규제했다. 이는 알리바바 앤트그룹 등 핀테크와 함께 부동산에 대한 규제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산당 군기 잡기식 ‘홍색 규제’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최근 디폴트 우려를 겪고 있는 헝다인 셈이다.

지난 1997년 설립된 헝다는 본사가 있는 중국 광둥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해왔다. 부동산 개발이 주 업종인 헝다는 광둥성 등 지방정부에 막대한 토지 비용을 지불하며 중국 정부의 재정을 채워왔다. 중국 지방정부 수입의 3분의 1은 지역 토지 판매에서 나온다. 헝다는 현재 전국 280개 도시에서 1,300개가 넘는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헝다는 부동산으로 성공한 후 관광과 보험·자동차 등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



헝다는 ‘광저우 헝다’라는 프로축구팀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전기차 산업 진출도 비슷한 경우다. 블룸버그통신은 “헝다의 쉬자인 회장은 그동안 중국 공산당 정책에 앞장서서 발맞추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러한 비용은 중국 정부가 보유한 국유 은행에서 조달했다.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헝다가 갚아야 하는 총부채는 3,050억 달러(약 360조 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규제는 이 회사에 직격탄이 됐다. 추가 은행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로 주택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가 올 들어 84%나 폭락해 증시에서의 자금 조달도 막혔다.

이미 빅테크 규제로 중국 증시에서 탈출하고 있는 글로벌 자본이 이번 헝다 사태로 채권시장에서마저 탈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큰손들은 부동산 개발이 안정적인 수익원이라고 믿고 이 회사 채권을 대거 구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내년 한 해 동안 이 회사 채권 73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60억 달러가 달러 채권이다.

WSJ는 “중국 경제성장과 정부의 보장을 믿지 못하는 국제적 투자자들이 중국 금융시장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헝다 같은 ‘대마’들을 지원해왔는데 이제 지원을 끊겠다고 하면 글로벌 시장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중국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후시진 관영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최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국가가 해당 분야에 대한 규범적 조정 작업을 해야 할 때 일부 기업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해서 그 기업을 위해 타협하거나 보호하지는 않는다”면서 디폴트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가 헝다의 문제점이라고 제시한 “규모가 커질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취약성도 커졌다. 쌓아올린 계란처럼 위험한 상황이 조성됐다”는 평가는 중국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매티 베킨크는 “건설 산업 공급망을 교란하고 주택 구매자들을 화나게 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중국 정부가 헝다의 핵심 사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