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지속적·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거의 다 채우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관리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위원장은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 확대돼 온 만큼 그 관성을 되돌리는 과정이 불편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일관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올해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5~6%로 제시하고 업권별로 설정한 목표치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총량관리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7월 NH농협은행이 목표치를 초과해 일부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전면 중단했다. 하나은행 역시 5%를 넘어섰고 KB국민은행도 목표치에 육박하면서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주택담보대출의 MCI·MCG 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은행의 이 같은 대출 축소 및 중단으로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관리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내년 이후에도 이 방식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고 위원장은 “그간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저금리와 자산시장 과열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각 경제 주체가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자신의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자칫 ‘밀물이 들어오는데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은 “대출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앞으로 상황이 변하더라도 본인이 대출을 감당하고,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며 “10월 중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도 이런 상환 능력 평가의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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