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1~2등급 고신용자 대출이 대폭 늘어났다. 은행권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우량 고객들이 상호금융으로 몰려간 것으로 상호금융이 부동산 투기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정무위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올 상반기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은 37조 7,165억 원이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7조 5,499억(46.53%)이 신용등급 1~2등급자에 대한 대출이었다. 연도별 1~2등급 대출자 비중을 보면 지난 2018년에는 18.71%에 그쳤지만 2019년 21.41%, 지난해 26.75%까지 불어난 후 올 들어서는 46.53%까지 급증했다.
주요 가계대출 규제 중 하나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실행된다. 상호금융은 평균 DSR 비율이 160%로 은행(40%) 등에 비해 크게 높다. 이 160%는 평균 목표치로 한 고객에게 DSR을 적게 책정하면 다른 고객에게는 높게 책정해 평균으로 이 수치를 맞추면 된다.
또 한 가지 기준은 개인별 DSR 적용이다. 지난 7월부터 전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자 개인별 DSR을 적용하고 있으며 은행은 40%, 상호금융을 포함한 2금융권은 60%가 적용된다. 아무래도 은행에 비해 규제가 헐겁다보니 은행의 높아진 대출 문턱에서 미끄러진 고신용자들이 상호금융으로 몰려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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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의원은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과 여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비은행권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상호금융이 투기의 우회경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호금융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줄었다. 실제 우량 등급 대출금이 늘어나는 동안 7등급 이하 대출 금액이 신규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8.58%에서 2019년 16.72%, 2020년 13.78%, 올해 상반기에는 10.51%까지 하락했다. 상호금융의 높은 금리로라도 제도권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었던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은행권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밀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고소득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대출 규제 목표 달성이 실패하고 오히려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이 자금을 조달할 곳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 당국은 부동산 투기를 막으면서 서민들의 자금 수요는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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