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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치의 계절…묵묵한 일꾼이 필요한 때





경제부=양철민기자

정치의 계절이다. 장차관 등을 지낸 전직 관료들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한낱 야인에 불과한 그들의 정치 평론에는 차기 정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특정 대선 후보를 띄워주는 등 나름의 셈법이 담겨 있다.

관가 또한 들썩인다. 특정 부처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 측 인사로 차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자기 홍보에 열심이다. 몇몇 관료 출신 장관들 또한 정권의 풍향계가 어디로 향할지 알아보려고 눈을 치켜뜨며 외부 행사에 얼굴을 내밀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이 같은 관가 분위기 속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행보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방미에서 거둔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싸이티바의 한국 내 투자(5,250만 달러) 확정이다. 해외 투자 유치 주무 부처가 산업부라는 점에서 문 장관이 이날 투자 협약 체결식에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후배들에게 공을 넘겼다.

실제 문 장관은 이번 투자 유치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지난 8월 이매뉴얼 리그너 싸이티바 회장이 방한했을 당시 그를 직접 만나 싸이티바 측 마음을 움직였다. 싸이티바는 당시 중국 등 여타 지역 투자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문 장관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문 장관은 싸이티바의 모기업인 다나의 이사회 개최 직전 우리 정부의 지원 의지 등을 담은 서한을 보내 투자 결정에 확신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장관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문 장관의 이 같은 리더십은 최근 ‘산업부의 대선 주자 줄 대기’ 논란 등에도 산업부가 큰 타격 없이 주요 정책을 여전히 잘 이끌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권 말기의 세종 관가는 여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산업부처럼 ‘장관 알리기’보다 ‘제 역할 하기’에 집중한다면 5년마다 매번 찾아드는 이 같은 혼돈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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