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가전 맞수 삼성이 있었기에 LG가 1등을 할 수 있었다.’
반 세기 전만 해도 가전업계의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이 글로벌 시장의 메가 트렌드를 좌우할 만큼 급성장한 배경에는 LG와 삼성이라는 가전 맞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LG와 삼성이 연구개발(R&D) 경쟁을 하면서 양사의 기술력이 높아졌고 시장 파이도 더 커졌다. 선의의 경쟁이 결국 윈윈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066570)는 지난 1965년 국내 최초로 냉장고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흑백 TV, 1968년과 1969년에는 각각 에어컨과 세탁기를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이며 생활 가전의 역사를 써나갔다.
삼성과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1969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사돈인 고(故) 구인회 LG그룹 회장과 만나 삼성의 전자 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부터다. 내수 영업 금지가 풀린 삼성전자(005930)가 본격적으로 가전에서 입지를 넓혀가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LG와 삼성의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맞수 간의 ‘진검 승부’는 냉장고와 TV·세탁기 등 여러 분야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2012년에는 대형 양문형 냉장고 용량을 두고 서로가 최대라며 진실 공방을 벌였고 2013년에는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놓고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다. 2014년 LG전자 고위 임원의 삼성 세탁기 파손 논란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양사 모두 소모적인 진실 게임이나 송사 대신 기술력과 마케팅을 통한 1등 경쟁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 2019년 6월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가전을 표방하며 가전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던 삼성 비스포크와 이듬해 10월 출시한 LG전자의 공간 가전 오브제컬렉션의 대결은 양보 없는 한판 승부였다. 경쟁이 시장 규모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했다.
의류 관리기도 비슷한 사례다. LG전자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의류 관리기 ‘LG 트롬 스타일러’를 출시했지만 관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에어 드레서’를 내놓으며 출사표를 던지자 시장 규모는 되레 커졌다. 국내 의류 관리기 시장은 2018년 20만 대에서 2020년 45만 대, 올해는 6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