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안’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재건축에 비해 저렴하다는 인식과 달리 최근 서울 강북의 리모델링 공사비는 강남권 재건축 공사비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건축자재 및 인건비가 인상된 데다 조합들이 ‘고급화’를 추구한 결과로 이는 곧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리모델링 단지의 3.3㎡(평)당 공사비는 600만 원 중후반대를 향하고 있다. 건설업계 ‘빅2’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으로 시공을 맡은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3.3㎡당 619만 8,000원의 공사비를 책정했다. 조합 측은 “단지가 91% 암반 조건인 데다 건축자재 폭등, 국내 최상 시공사의 브랜드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강동구 고덕아남 리모델링 조합은 3.3㎡당 공사비로 무려 669만 원을 책정했다. 스카이라운지, 평면 및 인테리어·조경 특화 등 ‘고급화’를 추구한 결과다. 올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신설하며 공격적인 수주에 나선 GS건설의 리모델링 사업장들도 대부분 600만 원대의 공사비가 책정됐다. 마포구 밤섬현대는 627만 원 수준이고 송파구 삼전현대도 600만 원이다. 신도림1·2차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마포구 서강GS아파트도 공사비가 600만 원 중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강남구 대치현대의 경우 공사비가 사상 처음으로 700만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해당 리모델링 조합들이 대부분 사업 구상 단계에서 400만~500만 원대의 공사비를 반영해 계획을 수립한 점을 감안하면 20% 이상 공사비가 급등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서울 대부분 리모델링 단지의 공사비는 500만 원 안팎 수준에서 책정됐다. 리모델링 최초로 스카이브리지(건물 상층부를 연결한 다리)를 도입하는 등 ‘최고급화’를 추구한 청담건영이 2018년 9월 사상 최고 공사비(687만 원)를 기록한 사례가 있었지만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강북 리모델링 단지들의 공사비는 강남 재건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강남구 일원개포한신은 최근 3.3㎡당 627만 원의 공사비를 책정했다. 일반적으로 골조를 남기는 리모델링의 공사비가 재건축에 비해 10~20%가량 저렴하다는 인식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갖는 단지가 늘면서 수요 증가로 시공사 우위 현상이 나타난 데다 메이저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축자재 및 인건비 인상까지 더해졌다.
다만 건설사들은 ‘리모델링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 자체가 오해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의 경우 기존 골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하를 파내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고 추가 보강 구조물까지 더해야 하는 등 오히려 훨씬 복잡한 공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공사비 인상이 리모델링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의 분양 가격을 크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 등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수준이 아닌 과도한 공사비 인상이 더해진다면 대기 수요의 부담을 초래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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