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연 1.5%를 넘어서면서 나스닥이 0.52% 하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0.28% 내렸는데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만 0.21% 올랐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최근까지의 증시 흐름을 “유동성 장세”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National Association for Business Economics) 연례회의에 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1959년에 설립된 NABE에는 이코노미스트와 전략가, 학계 등 약 2,600명이 회원으로 있는데요. 한국 언론 중에서는 서울경제신문이 유일하게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실세인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의 경기인식을 비롯해 올해와 내년 경제전망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브레이너드 “9월 고용 개선될 것으로 희망…고용, 실질적 진전 곧 충족”
NABE는 26일부터 열렸는데요. 오늘이 중요한 내용이 많습니다. 우선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연준이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주제로 경기에 관한 연설을 했는데요. 그의 핵심 발언을 요약해보면 크게 4가지입니다.
① “9월 고용개선에 희망. 고용 아직 (테이퍼링을 위한) 실질적 진전 조금 부족하나 이대로면 곧 충족”(11월 테이퍼링 발표 가능성)
② “노동 참여 감소는 코로나가 원인으로 지속적이며 구조적 아냐”, “고용 코로나 이전 수준이나 그보다 강하지 못할 이유 없어”
③ “코로나 끝나면 인플레이션 둔화하고 다시 예전의 인플레 역학 돌아올 것”, “인플레 올해 나머지 기간, 내년 감소할 것”
④ “인플레 상방 리스크는 임대료, 상품가격, 임금, 인플레 기대”
이날 브레이너드 이사는 고용과 물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먼저 고용부터 보겠습니다. 현재 연준은 평균 2% 물가와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갖고 있지요. 이중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앞서 고용이 좀 더 개선돼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죠.
어쨌든 비둘기파이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을 가장 잘 읽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그가 고용이 아직 조금 부족하지만 곧 테이퍼링을 위한 기준을 맞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9월 고용보고서가 제 기대보다 약하고 경제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정보를 다 담지 못했을 수 있다”며 “그래서 고용은 제가 생각하는 실질적 진보에는 아직 좀 못 미치지만(still a bit short) 고용진전이 계속되면 곧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9월 고용이 그의 생각대로 어느 정도 강하면 테이퍼링을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12월에는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12월 FOMC로 공식발표가 미뤄지면 고용보고서를 더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가 9월 발표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한 만큼 지금으로서는 11월이 더 유력하다고 봐야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브레이너드 이사가 고용시장이 결국 코로나19 이전, 혹은 그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본다는 점입니다. 결국 긴축은 시간문제라는 얘기인데요. 그는 “8월 말 기준 고용인원은 코로나 이전보다 500만 명 적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고용시장 참여가 영구적으로 감소했다고 주장하지만 참여 감소는 델타변이로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된 것을 반영한다"며 “가계조사 설문을 보면 코로나로 일을 못한다는 답이 늘었다”고 했는데요.
이어 “경기침체로 노동시장 참여율이 영구적으로 낮아졌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회복 초기 단계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며 “코로나로 인한 고용시장 회복 지연은 영구적이지도 않고 구조적이지도 않다”고 잘라말했습니다.
이날 브레이너드 이사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처럼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연계하지 마라고 했는데요. 더 높은 기준(bar)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연준의 인플레 우려 4가지 항목(임대료·상품가격·임금·인플레 기대)…에반스 “2023~2024년에 충분한 인플레 없을까 걱정”
브레이너드 이사는 고용과 마찬가지로 물가도 코로나가 사라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요소가 강하다는 의미죠.
그는 “5월과 6월의 물가상승은 공급병목 현상 때문으로 7월에는 (공급병목 부문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감소했고 8월은 호텔과 렌터카 같은 민감 부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따라서 코로나가 사라지면 인플레가 둔화하고 코로나 이전의 인플레이션 역학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델타변이가 서비스 부문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고 공급 병목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인플레는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까지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인플레 역학이 돌아온다는 것은 저물가가 다시 온다는 것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저성장, 저물가의 늪에서 신음했는데요. 연준도 2% 목표를 못 맞춰왔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서가 아니라 낮았기 때문이죠. 브레이너드 이사 말대로 다시 예전의 물가상승률로 돌아간다면 장기적으로 금리인상은 지금처럼 고용(시간이 지나면 회복) 문제가 아닌 물가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최근 연준의 인플레 예측(특히 올해)은 상당 부분 틀렸습니다. 공급문제는 최소한 내년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지배적이고 물류난도 심각합니다. 그러나 올 4분기부터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예전의 인플레 역학이 주된 동력이 된다면 거꾸로 저물가가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이날 연설에 나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나는 2023년과 2024년에 물가가 너무 높을 가능성보다는 충분한 물가상승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 더 걱정스럽다”며 “장기 인플레 기대를 평균 2%로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경기확장단계에서 합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 이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지금의 물가상승은 새 목표(평균 2%)를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말도 했습니다. 확연히 대부분의 위원들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그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2%를 넘을 수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는 2023년 후반에나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봤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내년으로 넘어가면 공급망 문제가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코로나도 결국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죠.
그래서인지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0년 만기 국채금리 상승을 두고 “좋은 일이다.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채금리 상승을 경기가 좋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것이라는 신호로 보기 때문인데요.
에반스 총재 역시 비둘기파입니다. 이날 NABE에서 연설을 한 연준 인사 두 사람 모두 비둘기파인데요. 비둘기파들의 생각만 모아보면 △인플레는 일시적이고 떨어질 것 △공급문제 해결도 시간문제 △물가, 예전 저물가로 돌아갈 가능성 등입니다.
이들 예측대로라면 테이퍼링이 끝나고도 물가상승세 감소가 본격화하면 한동안 지금의 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큽니다. 에반스 총재는 “가장 공격적인 게 내년에 0.25%포인트 금리인상이며 장기 중립금리는 2024년에야 된다”고 한 것도 그런데요.
이는 테이퍼링 이후 금리인상 전망이 혼란스러울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성급히 금리인상을 점치지 말고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거죠. 이 경우 금리인상 시점은 2023년이 더 유력하겠지요.
다만, 이는 물가가 예상대로 상승세가 꺾인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상방 리스크도 사라진 게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 브레이너드 이사를 포함한 연준은 4가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많이 전해드린 대로 임대료와 상품가격, 임금, 인플레 기대가 그것입니다.
상품가격은 코로나 이전으로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 있다는 것이고 임대료와 인플레 기대 등은 물가 상승을 구조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죠. 다 알려진 리스크 요인이지만 연준이 이들 항목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들 중 억제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금리인상이 더 빨라질 수 있으니까요.
IHS, “美 성장 2021년 5.7%·2022년 4.5%”…공급난·운송대란 내년까지 이어져
이날 행사에서는 IHS의 미국 경제전망과 NABE의 설문조사 발표도 있었는데요. IHS는 일단 올해 미국 성장률을 5.7%, 내년은 4.5%로 잡았습니다.
IHS마킷의 사라 존슨 집행 이사는 “코로나 감염과 입원환자가 줄어들고 노동시장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며 인플레이션은 감소한다고 봤다”며 “연준은 곧 테이퍼링을 시작하겠지만 금리인상은 2023년에 올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는데요. 성장는 속도는 줄어들지만 여전히 굳건한 수준이며 내년 성장률이 더 올라갔다는 건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불어올 수 있는 역풍과 순풍 요소를 5개씩 꼽았는데요. 이를 소개해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역풍 요소
: 소비감소를 불러올 수 있는 델타변이 확산, 물류대란 포함 공급대란 확산, 주택가격 상승, 재정지원책 축소, 노동시장 구조적 피해
※순풍 요소
: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 여행 등 서비스 수요 분출,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 지속, 재고부족에 제조업체 생산증가 가능, 원자재 가격 하락
IHS는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고 봤는데요. 존슨 이사는 “델타변이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원유 수요 증가세가 멈췄다. 브렌트유 가격은 2022~2024년에 평균 배럴당 66달러에 안착할 것”이라며 “반도체칩 부족에 따른 물가상승은 공급문제가 해결되면서 결국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월가 인사들의 예측과 비슷합니다.
물가는 올해 4.2%, 내년에 2.4%로 예상했습니다. 테이퍼링은 올해 시작하겠지만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상은 2023년 3분기에 나올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존슨 이사는 “한가지 주목할 만한 요인은 원자재 가격이 5월에 피크를 기록했고 이후 금속과 목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안정도 물가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부족과 운송망 문제는 2022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며 개선되기 전에 조금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채금리는 테이퍼링을 하면서 서서히 오를 것이고 연방정부 적자와 부채 증가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금리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와 별도로 앞서 공개된 NABE의 설문조사에서는 5월에 56%가 상방 리스크를 얘기했는데 이번에는 58%가 하방 리스크를 우려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4개월 만에, 델타변이 탓에 경제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으로 바뀐 셈이죠.
내년 성장 전망은 2.8%에서 3.5%로 올라갔는데요. 올해 성장률이 델타변이에 생각보다 낮아지지만 백신 접종 덕에 확장세가 지속되는 만큼 내년에는 성장률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죠.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전망치는 4.3%, 내년은 2.2%로 연준과 비슷했고, 실업률은 각각 5.1%와 4.0%로 예상됐는데요. NABE 부회장 데이비드 알티그는 “(설문조사) 전문가 패널은 내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덜하다”고 했습니다.
하나 염두에 둘 것은 이날 나온 이들이 최소 완화적 통화정책을 점치거나 이를 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NABE 자체가 이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이런 점을 감안해야 전체적인 흐름과 경기전망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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