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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수사기관 손에 달린 참담한 대선

송종호 정치부 기자





‘고발사주’ 의혹에 이어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여야 모두 대선의 유불리를 계산하기 바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복마전으로 비춰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비리의혹은 늘 제기됐다. 1997년에 이어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가 있었고,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의 BBK의혹이 대선판을 흔들었다. 하지만 여야 유력 주자가 동시에 수사기관에 고소·고발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들은 “뽑을 후보가 없다”고 정치에 등을 돌리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은 최근 치러진 대선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대선 선호도 조사 결과 차기 지도자 선호도 질문에 ‘유보’ 응답은 32%로 나타났다. 18대·19대 당시 대선 6개월 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유보 응답(22%)보다 10%포인트나 높다. 국민의 선택보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이 결정되는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대선 상황에 마음을 줄 후보를 찾기 힘든 것이다.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 오랫동안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해 왔다. 최 교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 중 수사기관에 의존성을 키우는 ‘정치의 사법화’를 가장 경계했다. 정당정치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인과 정당의 부패가 핵심 이슈로 등장해 ‘폭로-수사-기소’가 정치를 지배하는 현상이다. 결국 수사기관에 의해 정치가 휘둘리고 ‘대표와 책임의 원리’라는 민주주의의 근본원칙은 뿌리채 흔들린다.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유권자 선택은 수사기관의 선택에 따라 무의미해 질 수 있다. '정치’가 사라진 자리를 국민이 뽑지도 않았고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는 ‘수사기관’이 대신하는 셈이다. 이처럼 허약한 민주주의를 위해 여당은 공수처 설치에 목을 맸을까. 수사기관 의존성을 키우자고 야당은 검찰총장 출신 후보 영입에 공을 들였을까. 20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의 퇴행에 국민들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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