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현장 행보로 인공지능(AI)칩 개발 업체인 퓨리오사AI를 방문했다. AI 분야 공약을 통해서는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공언하고 한국형 챗GPT를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AI 기본 사회’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서울경제신문이 ‘AI 정부로 가자’ 시리즈를 통해 최소 100조 원의 특별 기금을 조성하고 정부 조직 개편과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지 4월 9일자 1·2·3면 참조
이 전 대표는 14일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AI 분야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퓨리오사AI가 그렇지 않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출신의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퓨리오사AI는 자체 개발한 AI 칩으로 미국 빅테크 메타의 1조 2000억 원 인수 제안을 받을 만큼 기술력을 갖춘 업체다. 이 전 대표의 현장 방문 후 강유정 캠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집적된 자본력, 기술력을 보강할 수 있는 인력 충원, 인프라 분야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나 주도적인 펀드의 마련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현장 방문에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AI 관련 공약도 대거 내놓았다. 그는 “유명무실했던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내실 있게 강화해 본격적 K-AI 시대를 다지겠다”며 “기술자, 연구자, 투자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대통령인 위원장이 직접 살피는 명실상부한 중심 기구로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AI 분야 100조 원 투자 시대와 인프라 구축 계획도 공개했다. AI 핵심 자산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소 5만 개 이상 확보하고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뼈대다. 이 전 대표는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며 “기업의 R&D 지원을 위한 공공 데이터도 민간에 적극 개방하겠다”고 했다. 또 “글로벌 AI 공동 투자 기금을 조성하고 협력국 간 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경제정책을 총망라한 저서 ‘잘사니즘’에서 ‘포용적 AI 전략’을 쓴 서정희 연우컨설팅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투자금 100조 원은 정부의 정책 자금뿐 아니라 민간의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가능하다”며 “다양한 투자자들이 AI에 투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자본시장을 조성하는 것도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인재양성에 쏟아붓는다…구윤철 “인재에서 승패 갈릴 것”
투자 비중이 가장 큰 부문은 인재 양성이 꼽혔다. 이 전 대표는 “AI를 위한 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즉 STEM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별 거점 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석박사급 전문 인재를 더 양성하겠다”며 “AI 분야 우수 인재의 병역특례를 확대해 과학기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AI 공약에 힘을 보태고 있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은 “인재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100조 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국가AI대학을 신설하고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인재 양성 및 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규제 합리화도 역설했다. 그는 “AI 산업 생태계 조성 관련법을 정비하고 특허법·출입국관리법 등 규제 특례가 적용될 AI 특구도 과감하게 확대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이른바 ‘한국형 챗GPT’를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수많은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AI로 생산성은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워라밸이 가능한 AI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AI로 금융·건강·식량·재난 리스크를 분석해 국민의 삶을 지키는 ‘AI 기본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부터 민생·경제·외교안보 분야 현장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선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정책 비전을 경쟁자들보다 먼저 제시해 본선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李 AI공약은 K엔비디아 시즌2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대선 공약으로 ‘인공지능(AI) 분야 100조 원 투자’를 골자로 한 AI 산업 육성안을 띄우자 보수 진영 측은 “K엔비디아 시즌2”라며 곧바로 견제구를 던졌다. 보수 잠룡들도 앞다퉈 AI 산업 발전을 위한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면서 ‘AI 정책 대결’이 이번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뛰어든 안철수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AI 산업 육성 비전을 밝힌 이 전 대표를 향해 “과연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제발 모르면 좀 가만히 계시라”며 작심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제시한 ‘한국형 챗GPT 전 국민 무료 사용안’을 두고는 “(경기)지사 시절 수수료를 없애겠다며 만들었던 공공 배달 앱을 떠올리게 한다”며 “무지하면 공공, 무료, 무조건 투자만 외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힘 잠룡 AI 공약은]
安 "GDP 5% 연구개발에 투자"
洪은 초격차 기술에 50조 투입
李에 견제구 날리며 정책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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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의 날 선 평가도 이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의 공약을 겨냥해 “첨단산업에 대한 식견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고 질타했고 개혁신당은 “AI 산업을 진심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만들어놓은 규제부터 걷어내라”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에 집중적인 비난을 쏟아낸 국민의힘은 그러면서도 대규모 투자 지원을 바탕으로 한 AI 산업 진흥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안 의원은 연구개발(R&D) 국가 투자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높여 2035년까지 ‘AI 3대 강국’ 진입을 위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 핵심 인재 100만 명 양성, AI 중심 커리큘럼 마련 등을 추진하고 글로벌 AI 협력체를 창설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AI, 양자, 초전도체, 반도체, 첨단 바이오 등 초격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최소 50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AI 기본권, AI 미래 기금’ 도입을 공언하는 한편 ‘100조 미래 성장 펀드’를 조성해 AI를 비롯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집중 투자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AI 인프라 확충 및 투자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래 성장 2개년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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