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12개 외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노조원이 만든 전기차(EV)를 사는 소비자에게 추가 혜택을 주려는 민주당 소속 미 하원 의원들의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도요타·폭스바겐·닛산·BMW·마쓰다·메르세데스-벤츠·스바루·볼보 등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들이 추진하는 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반대의사를 나타낸 법안은 전기차 구매 시 최대 1만2,500달러의 혜택을 주는 내용인데 여기에는 미국 내 노조원이 만든 차에 4,500달러, 노조원이 만든 배터리에 500달러의 혜택을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미국 최대 산별노조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산하 조직이 공장마다 뿌리를 내린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모회사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빅3’에 전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다. 디트로이트로 상징되는 전통의 미국 자동차 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한 미국 완성차 회사들은 노조의 세력이 강하다. 반면 외국 브랜드들은 미국에 진출할 때 노조 영향력을 피할 수 있는 남부 등지에 둥지를 틀었다. 노조원이 만든 차에 혜택을 주면 외국 브랜드 차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들은 서한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미국 내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 미가입 근로자들은 미국 차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미국제 전기차 대부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노동계는 당연히 미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레이 커리 UAW 위원장은 이날 “미국 납세자의 돈이 미국 내 자동차와 배터리 조립 부문으로 가는 것이고 이는 미국 자동차 노동자에게 좋은 급여와 미래를 보장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러면서 “내연기관 시대 자동차 노동자들은 전기차 시대가 돼도 같은 임금과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가 없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리비안 등도 공식 입장을 내고 민주당 법안에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법안은 "포드와 자동차 노조 로비스트에 의해 입안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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