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물가 안정에 기여한 지방자치단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전기 요금에 이어 상하수도·대중교통 등 공공요금까지 연달아 인상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비상조치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 등과 논의했다. 가스(소매)와 상하수도·시내버스 등 지방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동결하는 지자체에 적정 수준의 보상을 하는 안이다. 논의에 참여한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물가 안정에 기여한 지자체에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주는 게 어떠냐’며 의견을 물었다”면서 “정부의 동결 요청에도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 만큼 지자체를 설득하기 위해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던 지난 2012년에도 물가 안정을 위해 지자체에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공공요금을 동결하거나 인상 시기를 분산한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등을 차등 지급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인센티브 지급안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지급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9년 만에 인센티브 도입까지 검토하는 것은 하반기 들어서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라 5개월째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국제 유가 폭락 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완화돼 하반기부터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문제는 9월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기에 그동안 묶여 있던 공공요금마저 꿈틀대고 있다. 전기 요금은 이달부터 ㎾h당 3원 오르는 것으로 이미 확정됐다. 오는 11월에는 가스 요금뿐 아니라 지방 공공요금의 인상 요인도 상당하다. 서울은 교통카드 기준 기본 요금이 지하철 1,250원, 시내버스 1,200원으로 6년째 묶여 있다. 지역별로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종량제 봉투 가격 등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요금은 그간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는데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하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 목표치(1.8%)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도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2%, 2.1%로 높였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대선을 앞두고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 하지만 지방 공공요금은 지자체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어 동결을 강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부터 상당 수 지자체가 지방 공공요금을 조정하려 했다”며 “물가 인상이 우려되는 만큼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늦춰달라고 요청했던 터라 재차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결국 인센티브와 같은 ‘당근’이 없다면 더 이상 지자체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지방 공공요금이 동결되더라도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추이를 감안할 때 물가 오름세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배럴당 6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던 국제 유가는 최근 70달러 중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까지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를 0.8%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절기에 들어서면 난방 수요가 늘면서 원유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 물가 인상 요인이 지속해서 작용하는 만큼 하반기에도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