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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하는 북한판 미사일방어망...한반도 '공포의 균형' 흔드나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ABM협정'의 교훈]

냉전기 미·소간 방어용 미사일 경쟁 치열

'공포의 균형' 흔들리자 'ABM협정' 체결

북한도 신형 반항공미사일 개발·시험발사

文 '北 방어용 미사일'문제 언급 않지만

北 기술완성시 韓 '참수작전' 등 견제돼

우리 군 '대북 핵억지력' 효과 저감 우려

국제 제재 강화해 北 미사일개발 옥죄고

국군 '핵·WMD 대응체계' 한층 높여야

미국 닉슨 대통령과 소련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1972년 5월 26일 모스크바에서 상호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보유량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국립공문서관




#냉전시절이던 1972년 5월 26일 미국과 옛 소련 정부는 무려 2년반 가량의 마라톤 협상 끝에 방어용 미사일 보유를 억제하는 새 전략무기제한협정을 맺는다. 이른바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협정’이다. 이는 양국이 상대방의 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막기 위한 요격 미사일의 보유 수량을 최대 200기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공격용 미사일이 아니라 방어용 미사일 보유량을 제한한 이유는 미소간 핵전략 대결의 핵심인 ‘공포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포의 균형이란 핵보유국들이 서로 핵공격을 감행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해 상호간 전쟁 도발이 억제되는 상태를 뜻한다. 미소가 경쟁적으로 ABM을 개발·확충해 상대방의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믿게 되면 공포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안보균형이 무너지면 자칫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미소는 ABM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소는 ABM협정 체결 후에도 갱신·개정 여부를 놓고 수시로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를 추진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6월 ABM협정 공식 탈퇴를 최종 확정하면서 판이 깨졌다. 그나마 양측간 맺엇던 여러 건의 전략무기제한협정중 공격용 미사일, 핵무기를 억제하는 협정이 일부 유지돼 현재까지 아슬아슬하게 핵균형을 맞추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선 과거 미소간 ABM협정 체결 및 폐기의 역사를 새삼 되돌아 보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공격용 핵·미사일 무기 확충에 열을 올려온 북한 김정은 정권이 돌연 신형 방어용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선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달 1일 보도를 통해 일명 ‘신형 반항공( 反航空) 미사일’ 시험발사가 지난달 9월 30일 진행됐다고 밝혔다. 시험발사의 목적은 해당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 발사대·탐지기·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 확증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식 표현인 반항공 미사일을 한국식으로 풀이하면 ‘방공미사일’이다. 적의 항공물체를 막는 미사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방공미사일은 발사위치 및 방식에 따라 지상(육상)에서 쏘아 올려지는 ‘지대공', 공중 발사되는 ‘공대공’, 함정 및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함대공' 및 ‘잠대공’미사일로 분류된다. 북한의 이번 신형 반항공 미사일은 지상의 이동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이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해당 미사일에 새 기술로서 쌍타조종기술, 2중 임펄스 비행 발동기(펄스 모터) 등이 도입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당 기술이 적용된 미사일의 조종 체계 속응성과 유도 정확도, 공중목표 소멸 거리를 대폭 늘린 성능을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식 표현인 '쌍타 조종기술'이란 미사일의 탄두부 및 로켓 동체 중간에 가변 날개들을 달아 비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면서도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뜻한다. 2중 펄스 모터는 미사일의 고체연료 연소시 추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부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신형 반항공미사일이 지난달 9월 30일 시험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침묵하는 韓정부…北기술 평가절하하나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를 비롯한 한미 당국은 이번 신형 반항공미사일의 발사 당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또한 해당 미사일의 제원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는 해당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북 무력시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의 우려 입장인 ‘유감’표명조차 없었다.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1일 국군의 날 행사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 기념사를 했으나 여기서도 미사일 발사 문제는 공개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배경에 대해 관련 당국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반항공미사일은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 미사일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같은 공격용 전략 무기를 시험발사한다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겠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영공을 지키기 위한 방공미사일을 시험하는 것까지 우리 정부가 문제 삼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방어용 무기에 대해서까지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고 관여하면 북한이 우리 군의 방어적 성격 군사훈련이나 방어용 기술 개발을 걸고 넘어지면서 ‘이중 잣대’ 라고 비난하는 프로파간다 전술에 휘말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번째는 북한이 해당 미사일을 전력화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기술 수준도 아직 한미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신형 지대공 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단히 실용적인 의의를 가지는 시험’이라고 주장했지만 기존에 개발했던 다른 지대공 미사일(번개 5호)도 시험발사를 공개하고 나서 결함 등의 문제로 실제 전력화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우리 군이 당면할 만한 위협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9월 30일 발사한 신형 반항공 미사일의 추정 제원


북한 신형 반항공 미사일의 기술적 원류로 후보 기종중 하나인 러시아 ‘S-400’ 지대공 미사일 작동 개념도. 북한이 미래에 이 같은 지대공 미사일 기술을 완성해 전력화할 경우 스텔스기와 미사일 등을 동원해 북한의 핵도발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우리 군의 ‘핵·WMD 대응체계’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미사일 방어력 높이는 北…韓 ‘킬체인’ 견제받나

이처럼 ‘북한 방어용 미사일에 대해선 관여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 미소간 ABM협정 체결의 역사적 배경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책연구기관 외교안보전문가는 “김정은 정권이 이미 핵무장으로 완성해가는 상황에서 ABM을 고도화해 북한판 미사일 방어망까지 갖춘다면 남북간 안보 균형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유사시 북한의 핵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우리 군의 전략·전술무기 체계가 일정 부분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도발 위험을 억지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의 핵을 기반으로 한 ‘확장억제공약’ 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 군 자체적인 재래식 전력을 키워왔다. 북한이 핵이나 대량살상무기(WMD)로 도발을 감행할 징후를 보이면 우리 군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적의 전략시설 및 지휘부를 폭격할 수 있도록 순항·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자주포 등을 확충해온 것이다. 아울러 북한 지휘부만을 정밀타격하는 이른바 ‘참수작전’ 역량도 갖춰 왔다. 이 같은 대규모 재래식 공격 역량과 정밀 타격 능력은 북한 지휘부에 ‘핵 도발시 북한 정권도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조성했다. 함부로 북한이 대남공격을 감행할 수 없도록 하는 ‘공포의 균형’ 효과를 낸 것이다.

저위력 핵무기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국산 ‘고위력 탄도미사일’(일명 '현무-4')이 지난 9월 15일 충남 태안 ADD 종합시험장에서 시험발사되고 있다. 우리 군은 이 같은 고위력 재래식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유사시 북한의 전략 목표를 폭격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ADD


그러나 북한이 ABM의 일종인 ‘반항공미사일’ 등을 고도화해 우리의 미사일·항공기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 공포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에 선제타격을 감행하는 ‘전략표적타격(기존 명칭: 킬체인)'전략을 수립해왔다. 또한 북한이 선제공격시 대규모 반격으로 보복하는 ‘압도적 대응(기본 명칭 ’대량보복응징') 전략도 세워왔다. 그런데 이를 북한이 방공미사일 등으로 일부분 막을 수 있게 되면 대북억지력 효과가 저하 약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 문턱이 낮아져 한반도 안보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더 고도화하는데 소요되는 연구개발 및 양산 비용을 조달하기 어렵도록 하기 위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러시아·중국 등 옛 동구권 국가들의 미사일 무기체계 및 기술이 북한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국제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방공미사일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의 핵·WMD 역량을 한층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군 관계자는 “아직은 북한의 미사일방어 역량이 한미의 전략무기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도 중국이나 러시아식 방공체계를 추종해 관련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군도 북한의 방어 체계 발전 추세를 주시하며 대응체계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탄도탄요격용 방어미사일 ‘훙치-9(HQ-9)’의 발사장면. 러시아 S-300 미사일을 카피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북한이 지난 9월 30일 시험발사한 '신형 반항공 미사일'도 훙치-9이나 S-300, S400을 몰래 입수해 개량했거나, 역설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미지출처=deagel닷컴


◆"새 미사일 만들 돈·기술 어디서 났나"…北 국방증강 미스터리

그동안 한미를 비롯한 서방선진국들은 북한으로 첨단 미사일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통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노동’, ‘무수단’, ‘화성’ 등의 이름을 붙인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한반도는 물론 미국령 일부 지역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ABM으로 추정되는 방어용 미사일까지 공공연하게 시험개발하고 나서면서 이를 뒷받침할 기술과 자금을 어디서 확보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정밀 비행제어 기술차원에선 공격용 탄도미사일보다 방어용 미사일인 ABM을 개발하는게 훨씬 더 어렵다. 적게는 음속의 3~4수준에서 많게는 음속 5~10을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 상대방의 탄도미사일을 정확히 탐지·추적해 요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탄도탄을 요격하는 방법에는 근접신관을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해 적의 미사일 근처에서 터뜨려 발생시킨 파편으로 요격하는 방법이 가장 기초적인 방식이다. 이보다 더 진보된 방식은 직접 요격미사일의 탄두로 적의 탄도탄을 직격해 부수는 ‘힛투킬(hit-to-kill, 직격요격)’방식이다.

러시아 S-400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 /러시아 타스통신


이중에서 직격 요격방식은 극소수의 군사강국만이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스탠다드-3(SM-3)미사일이나 러시아 ‘S-400’, 'S-500'미사일, 중국 ‘훙치-9(HQ-9)' 등이 대표적 사례다. 만약 북한의 신형 반항공미사일이 이 같은 직격 요격 방식이라면 러시아나 중국의 ABM을 몰래 입수해 개량했거나, 역설계 방식으로 기술을 베껴서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러시아 S-300 미사일을 개량해 ‘번개 5호’(서방권 호칭은 ‘KN-06’)라는 명칭의 방공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개 5호는 2017년 5월 28일 전력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정확한 제원은 공식발표되진 않았다.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길이 6.8~7.25m, 직경 0.45~0.50m의 크기를 갖고 있으며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발사돼 근접 폭파방식으로 상대편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S-300의 제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16년 4월 북한 번개 5호 미사일(KN-06) 시험발사 장면/사진 출처=Aert5 닷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시험발사한 신형 반항공미사일의 성능 대해 “조정 체계의 속응성과 유도 정확도, 공중목표 소멸 거리를 대폭 늘린 신형 반항공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기존의 번개 5호보다 레이더 탐지 및 발사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유도 비행능력과 사거리가 향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번개 5호의 사거리 연장 개량형이거나 신형 번개 6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일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번개 6호라면 러시아 S-400 미사일을 개량하거나 역설계해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S-400미사일은 직격 요격방식의 미국 패트리어트-3(PAC-3)와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S-400의 일부 기능이 제한된 ‘다운그레이드’버전이 중국, 세르비아 등에 흘러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처럼 해외로 판매되거나 공여된 S-400을 몰래 들여와 개량했거나 직접 현지로 연구개발진을 파견해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역설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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