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공개(IPO)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수요예측 경쟁률이 상장일 주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상장일 공모주를 파는 투자자들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600대 1이 넘는 종목만 청약했을 경우 손실을 보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다고 주가가 계속 좋은 흐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상장한 지난 HK이노엔은 1,900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보였지만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IR큐더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증시에 오른 상장사는 코스닥과 코스피를 합쳐 25개사다(스팩 제외). 이 중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높게 형성된 상장사는 20곳이며, 단 5곳만이 시초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곳은 6개사다.
에브리봇·크래프톤·롯데렌탈·에이비온·에스앤디가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돌았고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진 곳은 에브리봇·크래프톤·롯데렌탈·에이비온·에스앤디·한컴라이프케어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기업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모두 600대 1 미만이었다는 점이다. 에브리봇 경쟁률이 577대 1로 가장 높았고 한컴라이프케어 419대 1, 크래프톤 243대 1, 롯데렌탈 218대 1, 에스앤디 173대 1, 에이비온 139대 1 등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바꿔 말하면 최소 수요예측 경쟁률이 600대 1 이상인 기업에만 청약했다면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한 IB 관계자는 “주관사들도 과거에 비해 수요예측 경쟁률에 신경을 더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장 이후 주가 추이, 일반청약 흥행 여부가 수요예측 경쟁률로 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R큐더스는 “최근 공모주 옥석 가리기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었다”며 “상장 당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이후 상한가)’을 기록한 공모주도 상반기 19개에서 3분기 6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예측 경쟁률만 믿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기관 의무 보유 확약 등이 끝나면서 높은 경쟁률에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수요예측이 높았던 회사들은 HK이노엔(1,871대 1), 현대중공업(1,835대1), 아주스틸(1,776대 1), 카카오뱅크(1,732대 1), 와이엠텍(1,696대 1) 등 인데, 역설적으로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HK이노엔의 1일 종가는 5만 2,500원으로 공모가 5만 9,000원을 하회했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로 단기 주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풀리고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장기적으로 수요예측 경쟁률과 주가가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기간 등을 따져 수요예측 경쟁률을 참고해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