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섰지만 실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실효성을 상실한 수출 규제를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5일 전경련에 따르면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한 2019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3대 소재(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국내 수입액은 7억2,460만달러로 직전 2년(2017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보다 0.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개 소재에 대한 대일(對日) 수입 의존도는 규제 전 75.9%에서 규제 후 74.6%로 1.3%포인트 줄었다.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전경련은 정부와 기업이 일본의 규제 조치에 신속 대응했고, 일본 정부도 2019년 8월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두 차례 허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대일 수입 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관련 기업이 수입선을 대만과 중국으로 대체함에 따라 대일 수입 의존도가 2019년 상반기에 비해 3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규제 이전에는 국내 기업들이 7나노급 초미세 공정에 일본산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했지만, 규제 이후에는 품질 테스트를 거친 중국산과 국산 불화수소의 활용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수출규제의 직접적 영향은 없었지만 한일관계가 틀어지며 양국 교역은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 규제 이후 2년간 한일간 교역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기업의 직접투자 규모도 축소됐다. 수출 규제 이후 한국에 대한 일본 기업의 직접투자는 규제 전 21억9,000만달러에서 규제 이후 15억7,000만달러로 28.5% 감소했다.
한국 내 일본계 외국인 투자기업의 2019년 매출은 수출 규제 이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서 2018년에 비해 9.4% 감소했고, 기업 수는 2.4% 줄었다. 일본이 투자한 한국 기업의 매출은 10.2% 감소했고, 기업 수는 1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경제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인적 교류를 복원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일본의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만큼 실효성을 상실한 수출규제를 공식 협상을 통해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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