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판단부족인가, 문화재청의 절차상 하자인가.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의 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의 불법 건축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출석한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향해 “문화재청과 인천시 서구청, 인천도시공사 등이 구체적인 대책 마련 없이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만 이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공사가 진행됐다며 대방건설 등 3개 건설사가 진행하고 있는 44개동 아파트 공사 중 19개동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해당 건설사들을 고발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40기는 지난 200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논란에 대해 3개 건설사 중 한 곳인 대방건설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업지는 이미 현상 허가를 받은 땅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행정기관과 전문가가 모여 계획한 대규모 2기 신도시”라며 “건설공사 인허가 담당 행정기관의 검토를 받아 지난 2019년 2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았고, 행정기관의 승인결과를 신뢰해 그해 11월 착공신고와 관련 법령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인천광역시 쪽도 “택지개발계획과 주택건설사업은 별개의 사업이 아니며 문화재청의 고시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고, 문화재청은 검단 신도시 개발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기에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문화재청과 인천광역시간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포 장릉’의 유네스코 등재에서 삭제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해양경관의 손실을 이유로 영국의 리버풀 해양산업도시를 세계문화유산목록에서 삭제하는 등 경관과 주변 환경은 문화유산의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번 경관 훼손사건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문화재보호법에 정해진 대로 79.5m 높이의 아파트 19개 동을 철거해도 문화재보호구역 밖의 검단신도시지역에 높이 88m~124m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장릉의 경관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현재처럼 ‘반경 200m’, ‘500m’ 등으로 보호구역을 설정할 것이 아니라, 영국이 런던 세인트폴 성당의 경관을 보호하는 방식처럼 거리와 상관없이 조망점을 설정해 보호전망 구역을 두고 관리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김포 장릉 근처에 현지 조사를 갔다가 우연히 (문제를) 알게 돼서 다급하게 조사하게 됐다고 하는데, 2019년부터 시행된 건설인데 2021년 5월에 알았다고 하는 문화재청의 해명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김포 장릉의 훼손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이 일괄 취소되는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현재 인천시에 감사를 요구한 상태이며, 감사원 감사도 필요하면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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