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6개월여 만에 3,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임박한 와중에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리스크와 한동안 소강 국면이었던 미중 무역 갈등까지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얼어붙었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57.01포인트(1.89%) 급락한 2,962.17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수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3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며 투자 심리를 반영하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하루 새 무려 12.22%나 뛴 21.22를 기록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549억 원, 2,356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6,211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지수 역시 2.83% 내린 955.37로 장을 마무리했다.
앞서 4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지난주 말보다 2.14% 급락한 1만 4,255.48로 거래를 마치자 국내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55지수도 전날 대비 2.19% 추락하며 7거래일 연속 떨어져 결국 2만 8,000선이 무너졌다. 다만 전일 급락한 홍콩과 대만 증시는 소폭 반등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원자재 값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배럴당 77.62달러까지 올라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석탄 가격 역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기폭제는 인플레이션 우려였지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와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 등 여러 불안 요소가 겹친 것도 큰 원인이었다. 글로벌 시장 금리를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인 미국 국채금리 상승도 악재였다. 이날 한국 국고채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 금리, 경기 불안 등 많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더해져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코스피는 이미 3개월째 조정을 받은 상황이지만 미중 갈등 변수까지 가세해 당분간은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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