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K-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넷플릭스는 국내 법 체계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이용료 소송 패소에도 통신사(ISP)들과 협상을 거부하고 있고, 국내 매출 대부분을 본사로 보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계속된 넷플릭스의 ‘한국 패싱’에 방송통신위원회 등 각 부처에서도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5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의 77%인 3,204억 원을 미국 본사에 수수료로 지급했다. 그 결과 한국 법인의 영업이익률은 넷플릭스 본사(18.3%)의 9분의 1에 불과한 2.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가 지난해 한국에 낸 법인세는 21억 원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올 상반기 세무조사를 통해 넷플릭스에 800억 원 가량을 추징하기도 했다. 특히 국세청은 넷플릭스가 자료제출에 협조하지 않아 수 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40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지난 5월 4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국내 매출도 지난 2019년 1,859억 원에서 지난해 4,155억 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넷플릭스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ISP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 트래픽이 지난 2018년 5월 50Gbps(초당 기가바이트)에서 올 9월 1,200Gbps로 3년 4개월 사이 무려 24배나 늘었다. 트래픽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갈등 중재를 신청했지만, 넷플릭스는 중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방통위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야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협상에 나서지 않고 끝내 소송을 이어가 패소할 경우 약 1,000억 원 달하는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오는 11월 국내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물 밀 듯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어 이번 망 사용료 소송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모든 글로벌 사업자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와 구글(유튜브)만 무시하고 있다”며 "컴캐스트·AT&T 등 해외 ISP에게는 마케팅비 등 명목으로 망 이용료를 내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만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의 국내법 준수와 수익에 대한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 의원은 이날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흥행으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세금은 줄이고, 망 이용료는 회피하는 등 책임을 다 하고 있지 않다”며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에 대해 “과도한 트래픽 유발하는 OTT 사업자들은 망 사용료 일부, 증설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세계적으로 있다"며 “상생 차원에서 OTT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부담 협의를 준비해보겠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이날 개최한 콘텐츠 업종 간담회에서도 넷플릭스 등과 지식재산권을 합리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콘텐츠 기업 관계자는 ”콘텐츠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가진 플랫폼 기업에 비해 협상력이 열세"라며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장기적인 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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