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가상자산은행을 금융업으로 인정하는 것은 “가상자산을 공식 화폐로 인정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 법리적 측면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7일 밝혔다.
이날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델리오, 업파이, 샌드뱅크 등 가상자산은행에 대해 들어봤느냐”며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자를 준다는 것인데 민법상 소비대차로 보고 대부업법으로 규율이 가능할 것 같다”고 물었다. 소비대차란 빌려주는 사람이 금전이나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빌리는 사람은 빌린 물건과 동일한 종류, 질, 양의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속해 성립하는 계약이다.
오 의원은 “쌀 같은 것도 이자 붙이면 똑같이 규율한다”며 “가상자산도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물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데, 현재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는 이런 업체에 대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보관업에 해당한다고 답했지만 델리오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델리오는 그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지난 달 24일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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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해 정 원장은 “은행법상 은행 업무를 하지 않은 사람이 은행이란 단어를 쓸 수 없다”며 “금전 소비대차를 업으로 하는 것이라 한다면 사실은 가상자산 자체가 공식적으로 화폐로 인정되는 다른 측면의 효과가 있을 수 있어 법리적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오 의원은 “델리오 같은 경우 누적 예치금이 2조가 넘는다”며 “뱅크런, 머지포인트 사태 등을 방지하도록 관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특금법 신고 마감기한을 한 달 앞둔 지난 8월에서야 가상자산은행 현황 파악에 나섰다. (★서울경제8월19일자 A1·3면, 디센터 “당국 코인예치사업 현황도 몰라…뒷북 규제땐 ‘뱅크런’ 불보듯”참조)
정 원장은 “특금법상 가상자산관리업으로 관리도 하고 심사도 하고 있다”며 “한 단계 더 나아가 금전 소비대차로 인정하는 부분은 좀더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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