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 씨는 “내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며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는 물론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영학 화천대유 회계사의 녹취록은 물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이자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부터 관여해온 정민용 변호사의 자술서와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김 씨, 유 전 본부장, 정 회계사 등 핵심 인물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김씨 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 원 등의 사용처, 유 전 본부장 측과 약속했다는 대장동 개발 이익 700억 원 등의 진실을 밝히고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할지 관심이다.
김 씨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검찰이 자금 입출금 내역을 철저히 수사하면 현재 제기된 의혹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며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 대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과 10일에도 뇌물·배임 등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김 씨에게 700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고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투자사업팀장으로 근무하며 유 전 본부장에게 사업 자금과 이혼 위자료 등의 목적으로 11억 8,000만 원을 빌려준 인물이다. 반면 유 전 본부장 측은 “김 씨와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지 실제 돈을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화천대유 측도 9일 “이익 배분 시 사전에 공제해야 할 비용을 서로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을 정 회계사가 삭제·편집한 채 유통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 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 원의 사용처, 초호화 법률 고문단의 역할, 권순일 전 대법관을 통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선거법 위반 선고 거래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 원 중 100억 원을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대장동 아파트 분양 업체 대표 이 모 씨에게 건넸다. 화천대유 내부 자금 83억 원이 사라졌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 등은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자금 중 일부가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0억 클럽’ 등 정치권에서 불거진 논란도 수사 대상이다. 화천대유는 올해 초 직원으로 근무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에게 퇴직금과 산재 위로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2015년 설립 이후 지방고용노동청 등에 신고한 산재가 한 건도 없다. 김 씨는 이날 곽 의원 아들과 관련해 “저희 일을 하면서 재해를 입었다”며 “회사의 상여금, 퇴직금 분배 구조와 틀 속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박 전 특검의 딸 역시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유 전 본부장에 이어 김 씨에 대해서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씨 측은 간경화 말기 상태인 점을 들며 건강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서 김 씨가 뇌물 5억 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적시된 만큼 구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구속에 이어 이성문 화천대유 전 대표,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 등을 조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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