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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현 금리 여전히 완화적"…내년초까지 '인상 페달' 시그널

[숨 고른 한은…'기준금리 0.75%'로 동결]

헝다·전력난 등 경기회복 변수 많아 유지했지만

다수 금통위원 "경제 상황 고려 추가 인상" 의견

스태그플레이션엔 "발생 가능성 낮다" 선 그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지만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신호는 더욱 강하게 줬다는 평가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은 물론이고 내년 초까지 연달아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나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경제 상황이 금통위가 보고 있는 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다수 위원들의 견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임지원·서영경 두 금통위원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만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주상영 금통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최근 합류한 박기영 위원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큰 변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실질 기준금리 등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8월 기준금리 인상도 긴축 기조로 전환한 것이 아닌 완화 정도를 소폭 조정한 것”이라며 “현 기준금리(0.75%)는 내부적으로 추정한 중립금리 수준보다 아직 상당 폭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해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도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로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 집값도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국내 경제의 견실한 성장세, 물가 오름세 확대, 금융 불균형 완화 필요성 등 금리 인상이 필요한 환경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총재는 내년 기준금리 정책방향과 관련해 자신의 임기와는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계속 운영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은 올해 11월 인상을 확실시하면서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말 이전에 열리는 1월이나 2월 금통위 중 언제 인상이 이뤄질 것인지로 관심이 옮겨갔다.

이날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점진적 조정’이라는 표현을 ‘적절히 조정’으로 바꿨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총재는 8월 점진적 조정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하자 시장에서 이를 단순히 한 번 건너뛰고 인상한다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여 문구를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의 해석은 맞아떨어졌지만 이 총재는 이는 단순한 기계적 판단이 아닌 최근 경기 상황을 근거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 번 금리를 올리면 반드시 한 번 쉰다는 공식을 굳이 부정한 것은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바로 다음 회의인 내년 1월 인상하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한 변수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병목현상, 중국의 헝다그룹 사태와 전력난 등 전 세계적인 리스크 요인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회복세가 크게 꺾일 경우에는 연이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한은이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은은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2.1%, 1.5%로 내다봤는데 이보다도 더 높아질 가능성을 인정했다. 2월 물가 전망치 1.3%를 내놓은 뒤 매번 전망 때마다 이를 올려 잡기 급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공급 요인이 경기회복세를 제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인 만큼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는 좀 다르다”라며 “우리나라도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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