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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인줄 알았는데"…34조 베팅 '삼성개미' 망연자실

[복합악재에 휘청이는 금융시장]

■ 삼성전자 10개월來 7만원 붕괴

외인 코스피 매도 78%가 삼전 집중

연초 이후에만 20조원 팔아치워

삼성家 2조대 주식 매각도 악영향

증권사 내년 전망치 잇따라 하향

이익 추정치는 48조-63조 '극과극'

"환율·유가 등 안정돼야 반등 가능"





메모리 반도체 호황 사이클 꿈에 부풀어 연초 10만 원에 바짝 다가섰던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결국 7만 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끌어모았던 동학개미는 누구보다 애가 탄다. 지난 상반기부터 삼성전자의 주가가 조정 끝자락에 와 있다는 진단이 나오며 머지않아 ‘횡보전자’ 신세를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가 피어났지만 결국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지난해 12월 초 주가로 되돌아갔다.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컨센서스 하향 조정 일단락과 더불어 환율, 에너지 가격 상승 둔화 등 매크로 변수의 안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50% 급락한 6만 9,000원에 마감했다. 연저점은 물론 삼성전자가 랠리를 펼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1일(6만 7,800원) 이후 가장 낮은 종가다. 삼성전자는 이날 한때 6만 8,700원까지 추락하면서 올 1월 중순 기록한 역대 최고가(9만 6,800원)보다 29.0% 급락하기도 했다. 이날 SK하이닉스(000660)도 2.66% 떨어진 9만 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2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이날 한때 2,901포인트까지 밀리는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고점 대비 30% 추락에 34조 사들인 동학개미 ‘발 동동’=이날 가격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투자가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기면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63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코스피 전체 매도액 가운데 78%가 삼성전자 한 개 종목에 집중됐다. 기관은 980억 원을 팔았고 개인이 홀로 8,430억 원을 사들였다.

7만 원 아래로 곤두박질친 주가에 동학개미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초부터 이날까지 개인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34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연초 이후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려왔지만 개인은 언젠가 주가가 반등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꾸준히 삼성전자를 사들이며 신뢰를 과시했다.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조 3,000억 원, 15조 1,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내년 실적 전망치 하향…환율·매수 공백도 하락 부추겨=베트남·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산 및 중국 전력난으로 공급망 차질이 불거진 가운데 내년 실적 추정치가 가파르게 내려오면서 최근 삼성전자는 호재랄 게 없는 상황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오는 2022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59조 2,440억 원으로 8월 말 이후 한 달 반 동안 5.2%나 내려왔다. 문제는 이 같은 이익 눈높이 하향 움직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케이프투자증권은 63조 5,210억 원, 하이투자증권은 48조 8,630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두 값의 격차는 무려 30%에 달한다. 대외 변수에 따라 그만큼 내년 실적 전망에 대한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망치들 간의 편차가 좁혀질 텐데 향후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보수적인 전망 쪽으로 실적 기댓값이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주가 발작에 대해서는 원화 약세와 동학개미의 주춤한 매수세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이날 급락은 다소 의외인 측면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 급등에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면서 국내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가 몰렸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매물을 받아냈던 개인이 신용 규제 등의 여파로 매수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하락 폭이 유독 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 일가가 2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등 계열사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S(-6.54%), 삼성물산(028260)(-2.87%) 등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종목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환율, 에너지 가격 안정화 등이 변수 될 것”=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의미 있는 반등을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환율·경제성장률 등 매크로 변수에서도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6개월 동안 메모리 반도체 업황 고점론에 끊임없이 노출되며 D램 가격 하락 등에 대한 위험을 상당 부분 반영했지만 최근 부상하는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달러 강세 현상 등에는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는데 최근 에너지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삼성전자 주가에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천연가스 등의 가격 상승은 가처분소득을 축소시켜 자동차·휴대폰 등 내구재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선적으로 에너지 가격의 안정이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의미 있는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매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율 진정이 중요하며 공급망 차질 해소도 향후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다만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악재가 해소되면서 조만간 삼성전자의 주가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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