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활동했던 ‘대장동 1기 팀’이 2009~2010년에도 개발 사업 편의를 제공 받기 위해 성남시·성남시의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서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업자와 성남시·성남시의회의 유착 관계가 장기간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1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는 2009년 7월 이강길 당시 씨세븐 대표에게 윤병천 전 고양도시관리공사 사장을 소개해줬다. 씨세븐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서 민간 개발을 추진했던 화천대유의 시초 격인 부동산 개발 업체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씨세븐의 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씨세븐이 추진하던 대장동 민간 개발은 비슷한 시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 대표는 LH가 대장동 개발에서 손을 뗄 수 있게 힘써줄 ‘거물 인사’를 물색했고 정 회계사를 통해 LH에서 상임이사를 지내다 퇴직을 앞둔 윤 전 사장을 사실상 ‘로비스트’로 연결 받았다. 정 회계사는 이 대표에게 윤 전 사장을 “LH공사 임원이나 성남시청 공무원과 친분이 두텁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도 가까운 사이”라고 소개했다.
같은 해 10월 이 대표와 윤 전 사장은 LH가 공영 개발 계획을 철회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돈을 주기로 합의했다. 명목상 ‘부동산 관련 제도 개선 등의 정책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내용이었다. 총 35억 원 규모의 계약금 가운데 우선 13억 8,000만 원이 윤 전 사장에게 전달됐다.
윤 전 사장이 씨세븐에 제출한 용역 보고서에는 당시 로비 활동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고서에는 “우리 연구원(윤 전 사장 소속)에서는 LH를 상대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을 조속히 포기하도록 하는 직간접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성남시 관계자를 상대로 LH의 사업 참여 포기 요청 시 조속히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적혀 있다.
윤 전 사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보고서에 적힌 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질문에 “직접적인 활동은 제가 LH 직원과 성남시청 A 도시개발사업단장을 만나는 것”이라며 “간접적인 활동은 LH 직원과 A 단장이 내부적으로 LH의 사업 포기 타당성에 대해 분위기를 잡는 활동을 의미한다”고 진술했다. A 씨는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실무자 중 최상위 결재권자로 윤 전 사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2016년 9월 윤 전 사장이 이 대표로부터 받은 금액의 규모를 감안할 때 LH 임직원이나 성남시 공무원을 상대로 한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에 13억 8,000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장동 1기 팀은 당시 성남시에서 3선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포섭하기도 했다. 현재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 전 의장은 2010년 6월 씨세븐에서 현금 1억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밝혀져 최근 논란이 일었다. 최 전 의장은 이 대표에게 분당 충청향우회 회장을 맡고 있던 김모 씨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김 씨는 성남 충청향우회 회장을 지낸 국토위 소속 신영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동생 신모 씨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이 대표에게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이 대표는 LH가 대장동 사업을 포기하는 데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김 씨에게 로비를 부탁했다. 이후 김 씨는 2010년 1~2월 이 대표에게 현금 2억원을 받아 5,000만원은 자신이 쓰고, 1억5,000만원을 신 씨를 통해 신 의원에게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돈은 신 의원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김 씨는 덜미가 잡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받았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서 손을 뗀 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이후 화천대유 소유주인 김만배 씨와 손잡고 대장동 사업으로 소위 ‘대박’을 친다. 남 변호사 등이 오랜 세월 대장동 개발 사업에 공을 들였고 성남시의회 인사들과 관계를 유지해온 점,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담긴 ‘성남시의회 의장 30억 원, 시의원 20억 원 전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관계를 상대로 전방위 금품 로비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성남시청과 성남시의회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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