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명성호)이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액체수소는 수소가스를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부피가 기체(가스) 형태에 비해 800분의 1에 불과해 안전성이 높고 운송 효율도 7배 이상 좋다. 단 액체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가스를 극저온(-253도)으로 냉각시키고 수소가 다시 증발하지 않도록 오랜 기간 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동우·고락길 KERI 전력기기연구본부 박사팀은 20여 년 넘게 초전도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축적해온 극저온 냉각 기술을 응용해 액체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안전하게 장기 저장할 수 있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개발했다. 일정 온도 변화로 수소가 기화하더라도 극저온 냉각을 통해 다시 100% 재응축해 액체수소로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은 최근 약 40ℓ의 액체수소를 만들어 2개월 이상 손실 없이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전국의 60여 개 수소 충전소는 기체 형태로 수소를 저장한 뒤 공급하고 있다. 수소가스는 부피가 커 고압으로 압축해 단단한 탱크나 트레일러에 저장한다. 하지만 압축 수준이 무려 700배에 달해 폭발 위험성 문제가 대두됐고 수소의 장기 저장·이송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락길 책임연구원은 “액체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저장하는 것을 넘어 장거리 이송과 폭넓은 활용까지 가능하게 할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가 선박과 차량·건물용 연료전지 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남도·창원시와의 협력,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에 나설 방침이다. 앞으로 꾸준한 수소-전기 융합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지향적 수소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한편 광주과기원(GIST)에서는 현재까지 보고된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광전극 중 가장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보이는 광전극을 개발했다. 효율적인 태양광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고성능의 광전극이 필요하다.
이광희·이상한 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유기금속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나노 구조의 이황화몰리브덴(MoS2·2차원 구조의 반도체 물질 중 하나) 촉매를 결합해 비싼 백금 없이도 효율적인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물리적 증착 방법인 펄스드 레이저 증착법을 이용해 대표적인 백금 대체 수소 생성 반응용 촉매 중 하나인 MoS2를 페로브스카이트 보호층(티타늄 포일) 위에 제작했다. 티타늄 포일 위에 MoS2를 제작할 때 증착 조건 중 하나인 펄스 수를 조절해 MoS2의 나노 구조를 성공적으로 제어했다. 나노 구조화된 MoS2는 평면 구조의 MoS2보다 더 높은 효율의 수소 생성 반응을 보였다. 이어 MoS2가 증착된 티타늄 포일을 액체금속인 인듐-갈륨 합금으로 밀봉해 수분이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에 침투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방지해 안정성을 꾀했다.
이 페로브스카이트 광전극은 기존 백금 촉매가 쉽게 박리되는 현상으로 인해 광전극의초기 성능이 빠르게 저하되는 것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현재까지 보고된 페로브스카이트 광전극 중 최장 120시간의 안정성과 최고 효율 11.07%의 반쪽전지 효율을 달성했다. 이상한 교수는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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