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14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에 대해 “모든 사항이 수사 범주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또 정영학 화천대유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상 ‘그분’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후보(경기도지사)가 수사 대상이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피고발돼 있다”고 짧게 답했다. “성남시 지시와 묵인이 있는지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는 “모든 사항이 수사 범주 안”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는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이 확산되고 관련 고발이 쏟아짐에 따라 제기된 혐의나 피고발인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고발 사건을 100% 배당해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 중인 전담수사팀 수사에 대해서는 “고발장 접수 후 수일 내 바로 압수 수색을 하고 신병도 확보했다”고 ‘수사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확인도 필요하다”면서도 “‘그분’ 표현이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이것까지 다 합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에 대한 소환 계획이나 ‘성남시를 압수 수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수사 중이라) 말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 수색 당시 창문 밖으로 던졌던 휴대폰을 경찰이 찾아낸 데 대해서는 “정말 송구하다. 불찰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사 1번지’ 서울중앙지검 수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수사가 주목된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9일 전담팀 구성과 동시에 화천대유·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달 1일에는 유 전 본부장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11일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특히 이달 중 검사 4명을 충원하는 등 수사팀 규모도 지청급으로 키웠다. 형사13부·범죄수익환수부·공조2부 소속 검사다. 이에 따라 전담수사팀 검사도 기존 16명에서 20명으로 늘었다. 전담수사팀이 수사에 가속을 붙이고 인력도 보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분’ 의혹 등 윗선에 대한 ‘선 긋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앞서 동시다발 압수 수색으로 증거 확보에 나섰지만 범주 내에 성남시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수사팀 의지가 확고하다”는 이 지검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다소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사의 핵심 중 하나는 공영 개발로 추진되다가 민영 개발로 돌았고 최종적으로 민영·공영 방식으로 결정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20일이 지나도록 성남시청 압수 수색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검사 근무 20년 동안 수많은 수사를 직접 하거나 옆에서 지켜봤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희한한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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