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내 금싸라기 땅임에도 10년간 주차장으로 방치됐던 신세계 센텀시티 C부지가 약 80층 높이의 호텔과 레지던스·오피스텔 등이 포함된 복합 시설(가칭 센텀시티타워)로 변신한다. 높이 약 340m 규모로 투자비는 토지가를 포함해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그룹은 부산시와 만나 센텀 C부지의 개발 계획에 대해 이같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초안 단계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체류형 복합 시설로 개발을 추진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상대로 80층 높이의 복합 시설로 확정되면 이는 국내 초고층 빌딩 중 서울 롯데월드타워(123층·555m), 부산 엘시티 랜드마크타워(101층·411m)에 이은 3위권으로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센텀 C부지는 대지 면적만 약 1만 6,515㎡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 부지는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센텀시티몰 등의 임시 주차장으로 지난 2010년부터 사용돼왔다. 이를 두고 부산 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센텀 C부지 개발이 지연되면서 해운대구 등 지역 경제 발전 역시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신세계와 부산시는 2017년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해산물 테마파크와 도서관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부산시 교통영향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에는 도심 공항 터미널로 지어야 한다는 지역 내 여론이 제기돼 신세계가 이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정국이 길어지며 유통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된 것도 센텀 C부지의 개발을 늦춰온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올해 ‘보복 소비’ 열풍으로 신세계그룹의 재무구조가 개선된 데다 폭발적 소비가 기대되는 ‘위드 코로나’ 진입을 앞두게 되면서 신세계는 센텀 C부지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미 신세계그룹은 2015년께 센텀 C부지에 도심형 리조트 등 숙박 시설 건설을 검토한 바 있어 사업의 추진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가 부산 센텀시티에 럭셔리 호텔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백화점과 쇼핑몰·면세점과 연계해 방문객들의 체류 기간을 늘리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센텀시티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 2,323억 원으로 국내 4위 수준이다. 2009년 오픈한 센텀시티점은 개점 7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을 가입한 바 있다. 통상 신규 백화점 점포가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20년이다. 특히 센텀시티점은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유치한 백화점으로 소위 ‘큰손’들이 많이 찾는 점포로 유명하다. 센텀시티점 외에 3대 명품을 갖춘 곳은 신세계 본점·강남점·대구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뿐이다.
센텀 C부지에 들어설 복합 시설 사업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백화점 부문 총괄 사장의 또 한 차례 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지는 신세계백화점 소유인데 그룹 내에서 호텔과 리조트를 담당하는 주력 계열사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그룹의 조선호텔앤리조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전체 사업의 주체는 백화점 부문이, 호텔 운영은 조선호텔이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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