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TSMC·인텔 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공정 기술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 양산 시점이나 차세대 기술 도입 분야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1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을 적용한 제조사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단 두 곳뿐으로 모두 5나노를 양산 중이다. 다음 단계는 3나노 공정인데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TSMC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선언했다. 일정 차질만 없다면 적어도 3나노에서는 삼성이 세계 최초 기록을 세운다. 업계의 더 큰 관심은 2나노 양산에서 누가 승기를 잡는지로 쏠린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오는 2025년을 예상했고, 파운드리 시장 신규 진출을 준비하는 인텔이 이보다 1년 빠른 2024년을 제시했다. 올 초 부임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의 인텔’을 강조하며 2025년 1.8나노까지 진입해 옹스트롬(A·100억 분의 1m) 시대를 주도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2나노 공정의 핵심 기술은 트랜지스터 방식인데, 현재 기본 기술인 핀펫보다 효율성을 높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 채택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내년 3나노부터 GAA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삼성의 우세를 점친다. 원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수율과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오랜 경험이 필요한데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1~2년 앞섰기 때문이다. 반면 TSMC나 인텔 모두 기존 핀펫 방식을 유지하다 2나노 양산 때부터 GAA로 급전환해야 하는 만큼 안착까지 여러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인텔의 경우 파운드리에 처음 진입하면서 단 번에 몇 단계를 건너뛰어 2나노 양산을 예고한 터라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삼성의 확실한 우위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 경쟁사의 내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한 TSMC는 우량 고객을 이미 대거 확보했고 다량의 특허를 보유해 높은 수준의 생산 효율성을 자랑한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최근 “우리는 기술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며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인텔 인사이드’라는 문구로 일찌감치 반도체 기술을 축적한 인텔은 파운드리에서는 신인이지만 사실상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독차지해온 전통의 고수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초미세공정에 연간 10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만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 정도여서 3나노·2나노 시장에서 2파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