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구글. 오늘 내 수면 어땠어?’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네스트허브’ 2세대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센서가 탑재돼 수면을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숙면을 취하는지 혹은 깊이 못 자고 뒤척이는지 살펴보고 취침 시간, 기상 시간 등 수면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또 빛과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와 마이크가 내장돼 있어 주변광, 온도 변화 등 잠을 방해하는 요소도 잡아낸다.
최근 사흘간 네스트허브를 써봤다. 수면 분석 기능과 관련해 가장 큰 장점은 머리맡에 두기만 하면 알아서 내 수면의 질을 체크해 준다는 편리함이었다. 기기가 수면 중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도록 침대 옆 협탁이나 베개 근처에 두면 된다. 24시간 착용하다시피 하는 스마트워치·밴드 등 웨어러블 제품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유용하겠다 싶었다. 깨어 있을 때는 웨어러블을, 잠 잘 때는 네스트허브를 통해 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특히 네스트허브는 항상 집안에 두고 쓰기 때문에 웨어러블처럼 주기적으로 충전할 필요도 없다.
자고 일어나니 네스트허브가 알아서 깼다는 걸 인지하고 수면시간을 파악했다. 총 수면 시간뿐만 아니라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과 중간에 깨지는 않았는지, 기침이나 코골이는 얼마나 했고 평균 호흡수가 어떻게 됐는지도 나타났다. 또 네스트허브의 수면 분석 기능은 구글 피트니스 앱과도 연동이 가능해 체계적으로 수면의 질을 관리할 수도 있다. 수면 분석 기능은 현재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내년 정식 서비스로 출시되면 유료 제공된다고 구글은 안내하고 있다.
네스트허브의 모션 센서는 수면 분석뿐만 아니라 멀리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 ‘퀵 제스처’ 기능에도 활용된다. 네스트허브는 다른 AI 스피커와 달리 디스플레이도 탑재돼 음악 등 각종 오디오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다. 이때 사용자는 기기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미디어를 재생 또는 정지시킬 수 있다. 예컨대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데 손으로 스크린을 만지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퀵 제스처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다. 그렇다면 퀵 제스처는 어느정도 거리까지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집에서 실험해 보니 대략 1.5미터(m)까지 가능했다.
네스트허브 2세대는 풀레인지(전 재생 대역 커버) 스피커를 갖춰 전작인 1세대보다 저음 부분이 50% 강화됐다고 한다. 또 마이크 대수도 2개에서 3개로 추가돼 사용자의 소리를 보다 민감하게 감지하고 빠르게 반응한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물론 네스트허브는 음향이나 디스플레이 스펙에 특화된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데 특별한 감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앞선 수면 분석과 관련해서도 모션 센서가 새벽 3시에 잠깐 깼는데 기기가 인지를 못하는 등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기존 AI 스피커 틀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변화를 주는 구글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1세대에서는 ‘화면이 있는 AI 스피커’라는 발상의 전환을 했고, 2세대는 모션 센서를 추가해 웨어러블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기능까지 내놨다. 3세대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게 나올지, 과연 사람들이 사고 싶어 찾는 기기로 거듭날 수 있을지 구글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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