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까지 급등하면서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글로벌 물류대란 여파로 배를 잡는 게 어려워지며 항공 화물로 눈을 돌린 기업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아우성이다. 해운 업계 역시 환경 규제 여파에 유류할증료를 추가 부과하며 수출기업의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이달 한국발 국제선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를 ㎏당 장거리 370원, 중거리 350원, 단거리 330원 부과한다고 공지했다. 적용 기간은 이달 16일부터 내달 15일까지다. 올 3월만 하더라도 장거리 100원, 중·단거리 90원에 불과했던 유류할증료가 불과 7개월 사이 3.7배 가량 급등한 것이다. 작년 10월에는 유류할증료가 0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도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를 인상했다. 이달 기준 ㎏당 장거리 370원, 중거리 350원, 단거리 330원을 부과한다. 대한항공과 동일하게 올 3월 대비 3.7배 급등했다.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 급등 배경에는 유가 급등이 있다.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는 전달 싱가포르 항공유(MOPS) 현물 시장가를 기준으로 매긴다. 작년 9월 MOPS는 배럴 당 39.32 달러였지만 올 2월에는 65.15달러, 지난달에는 79.85달러로 불과 1년 사이 2배가 뛰었다.
수출기업은 유류할증료 인상, 항공 화물 운임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 화물 운송 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홍콩~북미 노선 화물 운임은 1㎏당 9.96달러까지 치솟았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7.6% 급등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항공 화물 시장은 운송 소요 기간이 짧아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광군제 등 연말 쇼핑 시즌인 4분기에 운임이 오른다”며 “올해는 예년보다 증가폭이 특히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도 유류할증료를 인상 중이다. 해운 업계는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값비싼 저황유를 사용하게 되면서 2019년 말부터 유류할증료를 도입했다. 유가가 저렴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가가 최근 급등하며 유류할증료 부과가 불가피해졌다. HMM(011200), SM상선 등 원양 선사들도 저유황 유류할증료(LSS) 요율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 물량, 계약 기간에 맞춰 유류할증료 요율을 인상해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근해 항로를 주로 운항하는 장금상선은 4분기 유류할증료 요율 인상 내용을 공지했다. 동남아항로 기준으로 4분기 유류할증료는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160달러로 3분기 대비 33% 증가했다. 해운 운임은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기준 4,588.07을 기록했다. 작년 10월 1438.2 대비 3배 넘게 치솟았다.
항공·해운 운임 급등에 유류할증료 추가 부담까지 겹치며 수출기업의 역마진 폭은 더 커졌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해외 완성차 업체의 납기일 독촉이 잦아 항공 화물 이용 빈도가 높아졌다”며 “운임에 유류할증료 부담까지 더해지며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물류업계는 미국 항만이 정상화돼야 이번 물류대란이 잠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현지 사정은 녹록치 않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서부 주요 항만인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은 18일(현지시간) 기준 157척에 달한다. 이는 물류대란 발생 후 최대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달 19일 97척 대비 62% 급증한 것이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두 항만에 정박 대기 중인 선박 수는 17대를 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LA항과 롱비치항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도착하는 컨테이너선 하약 작업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주요 항만이다”며 “하역 인력 부족에 육상 운송 인력 구인난까지 겹친 탓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류 적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종갑·김지희 기자 ga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