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후 두 국가의 수입시장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비중은 커진 반면 한국은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8년부터 시작된 양국 간 무역전쟁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교역구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상호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무역 다툼을 벌이는 사이 아세안 10개국은 두 국가 모두에서 수입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전체 수입량은 2018년 대비 5.7% 감소했지만, 아세안으로부터의 수입은 20.3% 늘었다.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0.6% 줄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수입시장에서 아세안의 점유율은 2.6%포인트(p) 상승했고, 한국의 점유율은 0.3%p 하락했다.
아세안은 올해도 양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올해 1∼6월 아세안의 대(對) 미국, 중국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24.9%, 38.1%씩 늘어 각각 23.3%, 25.5% 증가한 한국을 앞질렀다. 아세안은 대미, 대중 수출은 각각 17.7%, 27.2% 증가한 일본도 압도했다. 이러한 추세에 가장 혜택을 받은 아세안 국가는 베트남으로, 이 국가는 미국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 순위가 2018년 12위에서 2020년 상반기 6위로 뛰어올랐다. 한편 중국은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지난해 대미 수출이 2018년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11.9% 줄었다. 그러나 중국은 수출선을 아세안과 유럽연합(EU)으로 신속히 다변화하면서 수출을 늘렸고, 이 덕분에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12.7%에서 2020년 14.9%로 오히려 늘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2018년 4,176억달러에서 2020년 3,108억달러로 1,000억달러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작년 수출이 전년 대비 13.0% 감소해 연간 무역적자는 9,05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아세안 비중이 커졌다”면서 “한국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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