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과 대학에 중국과의 인공지능(AI)·바이오 등 핵심 기술 협력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동맹과 스크럼을 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이 자국 기업까지 단속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 정보 당국이 몇 달 전부터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고 지난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민간에까지 중국 ‘위험론’을 설파하는 것은 ‘기술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이 목표 실현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핵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해킹 등 불법 행위는 물론 합병과 투자·합작 등 합법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우려는 기술 탈취다. 마이크 올랜도 NCSC 소장 대행은 “수천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미국 기술들이 중국 정부의 목표가 되고 있다”며 “우리가 우위를 잃는다면 초강대국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AI가 대표적이다. 연구인력 등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연구의 질을 나타내는 특허 건수, 논문 인용 수 등 주요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분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 5월 제약 기업 바이엘의 독일 제조 공장과 화이자 중국 제조 공장을 매입했으며 6월에는 미국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딘 보이드 NCSC 대변인은 “중국이 AI 기술 등을 결합할 경우 질병 치료제를 가장 먼저 내놓을 정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당국자는 WP에 “중국 기업과의 관계를 모두 끊으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 정부가 이들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 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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