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가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왔다. 이는 대기업들이 공급망 문제와 인건비 상승으로 높아진 생산 비용을 자체 흡수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프록터앤드갬블(P&G)·네슬레·버라이즌 등은 내년까지 제품 가격을 계속 올릴 계획이다. P&G 산하 브랜드인 질레트 면도기, 네슬레의 커피 등과 함께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 치폴레의 메뉴들도 수 개월 내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대기업들이 배짱 좋게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은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 소비자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정부 보조금을 받은 데다 임금이 인상돼 저축이 늘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외식·항공·호텔 등 나들이 관련 지출이 줄면서 소비재 구입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P&G는 최근 세제와 기저귀 등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네슬레는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미 가격을 올린 치폴레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없었다고 보고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실제로 올 3분기 치폴레의 순익은 지난해에 비해 2배로 늘었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소비자는 “마트에 진열된 제품들의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돈을 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닉 모디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부양책이 사라지면 소비재 가격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물가 상승률은 이미 일어난 일들 때문에 내년에도 높겠지만 내년 하반기까지는 2%대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이는 분명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책 당국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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