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백화점 식품관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던 샤인머스캣, 애플망고, 잭슨자몽 등 소위 ‘귀족과일’ 등이 대형마트의 인기 상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대형마트 MD(상품기획자)들이 직접 산지를 찾아 품질을 점검하고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이 착해졌기 때문이다. 랍스터와 킹크랩 등도 대형마트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각종 할인행사를 통해 부담없는 가격으로 가정의 식탁에 올라가고 있다.
대형마트가 고급식재료를 대중화 시킬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량생산’ 때문이다. 27일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가 총 400여곳인데 이 곳에 물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대량 구매가 필수적”이라며 “대형마트와 안정적인 거래를 통해 판매처가 확보되면 재배 농가가 늘어나고 결국 공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낮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샤인머스캣의 경우 지난 26일 기준 2kg(상급) 기준 평균 도매가는 2만 2,42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평년 대비 -7.3% 감소했다.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올해 50%가량 늘어난 결과다. 대부분 수입되는 망고 역시 5kg(상급) 기준 평균 도매가는 4만 6,84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했다.
특히 자주 열리는 할인 행사도 고급 식재료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홈플러스는 ‘글로벌 포도 페스티벌’을 열고 샤인머스캣을 비롯해 캠벨포도, 머루포도를 할인가에 판매하고 스텔라벨라 청포도, 스윗사파이어, 캔디 적포도 등 다양한 프리미엄 품종을 들여와 상품군을 더욱 강화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대란, 환율, 유가 상승, 기상 이변 등을 사유로 공급 불안정과 공급가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물량 협의 및 사전 조율, 선박 및 항공 물량 추가, 대체 산지 확보 등을 통해 가격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가 직접 품종을 발굴해 가격을 낮추고 수출 상품으로 키운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가 선보인 블랙위너수박이다. 블랙위너수박은 롯데마트, 농가, 종묘사 등 3자 협업을 통해 탄생한 상품으로 과피가 얇고 당도가 높다.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국산 품종은 외국 품종과 달리 사용료가 없어 농가 소득에 보탬이 된다”며 “우수한 국산 품종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의 제왕으로 불리는 랍스터와 킹크랩도 고급 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이제 집 앞 마트에서 직접 살아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구입과 동시에 쪄서 조리된 상태로 받을 수 있다. 이마트에선 지난해 40% 저렴하게 선보인 레드 킹크랩에 소비자가 몰리며 하루 만에 15톤가량 판매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랍스터를 캐나다 산지에서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항공 직송해 전 점포에 활어차로 배송하고 킹크랩은 러시아에서 운반선을 통해 속초항, 동해항으로 들여오는 등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산지 선단과의 사전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가격을 낮추고 유통 단계를 개선해 산지에서부터 고객의 식탁까지 신선한 상태로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홈플러스 랍스터의 2019년 9월 한달 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20년 106%, 올해 9월은 전월 대비 7.3%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와인 역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인 와인 장터를 통해 최대 7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대중화에 앞장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개개인의 취향이 다양화되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시장 상황,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대형마트들의 품목을 확대하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고급·이색 먹거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업계의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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