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산업인 반도체·자동차주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악재를 딛고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한동안 주가 하락을 이끌던 메모리 가격 하락론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악재가 충분히 주가에 반영된 만큼 저가 매수에 나설 시기가 다가왔다는 관측이다.
27일 기아(000270)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0.24% 오른 8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올 3분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3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국내 증시가 크게 빠진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005380)는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모비스(012330)(-1.29%), 현대위아(011210)(-0.46%), 만도(204320)(0.78%) 등 자동차주들도 전반적으로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
자동차주가 강한 것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이슈에도 견고한 3분기 성적표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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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이날 3분기 매출 17조 7,528억 원, 영업이익 1조 3,27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전년 전년 대비 8.8%, 579.7% 증가한 수치다. KB증권에 따르면 기아의 시장 기대치는 1조 1,000억 원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악재에도 선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은 28조 8,6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올랐고, 영업이익은 1조 6,067억 원을 기록해 3,138억 원의 손실을 봤던 지난해와 달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공급난 악재에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다는 평가가 많다.
자동차 기업들의 견고한 펀드멘털이 확인되면서 KRX자동차지수도 이달 들어 4.39%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난 이슈가 시간이 흐를수록 해소되는 만큼 4분기 자동차 기업의 판매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달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각각 6.75%, 4.93% 상승했다.
반도체주들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 메모리 가격 하락 악재에도 반도체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3분기 탄탄한 실적을 보여주며 저력을 과시한 탓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0.49% 내린 10만 1,5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지난 21일 9만 6,300원으로 저점을 형성한 후 3.68% 올라 반등 시도에 나서는 형국이다. 주가 상승은 3분기 호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매출은 11조 8,000억 원, 영업이익은 4조 1,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220%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 등 4분기 실적 둔화 전망 우려가 크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신사업 분야에서 저력을 보이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업종인 D램 외에도 낸드에서 견고한 펀터멘털을 과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4분기 이후 적자를 지속해온 낸드가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의미를 둘 만하다”며 “낸드 사업부의 실적 개선을 반영해 4분기 및 내년 예상 실적을 상향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도 메모리 가격 하락 암초를 비메모리 분야를 통해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6년까지 삼성 파운드리는 연평균 24% 성장하며 시장 성장률 전망치인 14%를 넘어설 것”이라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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