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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분석
[기고]탄소중립을 위해 플라스틱 자원순환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윤제용 한국환경연구원 원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오늘날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각종 가전제품, 의류, 자동차, 전자부품, 종량제 봉투, 택배 포장지, 도시락 용기 등 우리 주변은 온통 플라스틱 천지다. 플라스틱은 광분해와 풍화작용을 거쳐 미세플라스틱으로도 변신하는데, 먹이사슬 상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어 건강을 위협한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를 하는 선형경제 하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주목할 만한 탈플라스틱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EU는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재활용 포장재로 바꾸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순환경제 이해관계자 플랫폼을 출범시키고, EU 플라스틱 제조업체들과 자발적 플라스틱 재활용 서약을 맺고 있다. 주요 플라스틱 생산·수출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시대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에 따른 플라스틱 산업구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플라스틱은 화석연료인 석유로 만드는 만큼 탄소중립의 시대에 자원순환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매우 높으며,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크게 상향한 현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플라스틱 자원순환 혁신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변화의 방향으로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실질적인 범부처 플라스틱 자원순환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플라스틱 자원순환 정책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높은 담벼락과 개별 부처 중심주의로는 플라스틱 전주기가 고려된 통합적인 정책·기술을 개발하기가 어렵다. 또한 플라스틱 자원순환 순환경제를 국민의 환경·복지 향상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과 고용의 분야로 인식하는 정책 지평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 자원순환을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기술혁신과 산업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특히 연구개발 사업의 지엽성·중복성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자원순환 연구개발 추진을 위한 총괄부처와 책임연구기관 지정을 고려할 만하다.



둘째, 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 중 가장 취약한 부문인 플라스틱 수거·선별체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 재활용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플라스틱 자원순환이 잘 되기 위해서는 재활용에 투입될 플라스틱 폐자원이 잘 수거·선별되어야 한다. 주로 영세기업들에 의존하는 현재의 수거·선별시스템으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없으며, 기존의 낙후된 플라스틱 수거·선별시스템을 과학기술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도화된 수거·선별시스템 안에서는, 분류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재활용 효율의 향상과 고품질 재생원료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의 성과 활용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과학기술 기반의 수거·선별시스템을 지자체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분절화된 연구개발이나 시범사업이 아닌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 시범사업을 검토할 만하다.

셋째, 고도화된 플라스틱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 통계가 없으면 정책도 없다.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생산-소비-분리배출-선별-재활용/폐기의 플라스틱 전주기에 대한 정보관리가 필수이다. 아쉽게도 현재 국내 플라스틱 관련 통계는 실질적인 플라스틱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통계 상황에서,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2025년까지 70%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기인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실효성을 높이기 어렵다.

넷째, 플라스틱의 자원순환에는 정부,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므로, 이들 간의 소통을 통해 정책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플라스틱 자원순환 산업 종사자의 80%(전체 6,557개소)가 20인 이하 종업원으로 이루어진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단편적·부분적인 정책으로는 혁신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 정책 변화는 이해관계를 변화시키고 갈등을 유발한다.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정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해관계자들의 높은 정책적 공감대는 정책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이해관계의 지나친 복잡성은 통합적·공공적 접근을 저해한다. 공공적 환경정책과 혁신적 기술개발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국민·산업계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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