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라우드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대다수 기업들이 보안 우려 등을 이유로 극히 일부 업무에만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클라우드의 비즈니스 밸류를 인식하고 전사적인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8일 서울경제와 만난 탐 송(사진) 한국오라클 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이제는 변방 업무를 넘어 핵심 업무까지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기업들이 주요 업무 상당수를 오라클 DB에 의존하는 만큼 오라클을 위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강조했다.
‘B2B 노하우’ 살려 대기업 위주로 적극 공략…가격경쟁력도 강점
전세계 데이터베이스(DB)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오라클은 정보기술(IT) 업계 전통의 ‘맏형’이지만 클라우드 시장에선 시작이 느렸다. 하지만 지난해 클라우드 부문 글로벌 고객사가 전년 대비 100% 증가하고, 가트너가 올 8월 발표한 ‘클라우드(CIPS) 주요 기능 평가’에서도 처음으로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을 제치는 등 최근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송 사장은 대기업 고객들에게 꼭 맞는 클라우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게 빠른 성장 비결이라고 밝혔다. IBM과 함께 IT 분야에서 양대 B2B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 셈이다. 일례로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 2세대는 접속자 폭주 시에도 먹통이 일어날 가능성이 0에 수렴하고 아예 계약서 상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보장하고 있다. 송 사장은 “아예 설계 시부터 고객마다 독립된 서버를 할당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아주 잠깐의 먹통도 기업에게 막대한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도입 시 대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보안’ 걱정도 덜어줬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기업 내부 데이터센터(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전용 리전’ 서비스를 통해서다. 송 사장은 “특히 금융권 등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쓸 수밖에 없는데, 구축 비용은 비싼 반면 성능은 퍼블릭 클라우드보다 현저히 떨어져 기업들의 불만이 컸다”며 “현재 일본 자본시장 분야 기업의 70%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곧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력도 강화했다. 우선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옮길 때 드는 데이터 반출 비용을 AWS의 20% 수준으로 책정했다. 또 지난 6월부터는 라이선스 비용을 33% 가량 할인, 기술 지원 비용을 100% 환급해 주는 ’오라클 지원 보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젠 기업 핵심 데이터도 클라우드로 관리… DB 최강자 오라클의 시대 열려
송 사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은 서막에 불과”하다며 “멀티클라우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오라클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멀티클라우드란 다수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운용하는 것이다. 플렉세라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92%가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3년 전(81%)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증가한 수치다. 송 사장은 “여태까진 대부분 기업들이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일부 업무에만 클라우드를 도입했기 때문에 단일 사업자의 클라우드만 써도 큰 무리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기업들이 중요 업무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각 업무별로 특화된 클라우드를 쓸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멀티클라우드 채택률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기업 핵심 업무로 꼽히는 데이터 관리를 꽉 잡고 있는 강자인 만큼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까지 75%의 DB가 클라우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사장은 “오라클 DB 소프트웨어(SW)와 아키텍쳐를 그대로 OCI에 구현했다"며 “타 업체 클라우드를 채택할 경우 DB를 아예 바꿔야 하기 때문에 오라클 DB를 쓰는 기업 입장에서는 OCI가 최선의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국내 50대 기업 32곳이 OCI 채택…세자리 성장률 이어갈 것
송 사장은 국내에선 특히나 멀티클라우드 성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포함 6,000개 이상 기업이 오라클 DB를 쓸 정도로 오라클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SDS, 현대상선 등 이미 국내 50대 기업 중 32곳이 OCI를 채택하고 있다.
앞서 송 사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회계연도(2021년 6월~2022년 5월) 목표로 고객사 OCI 활용률 세 자릿수 성장을 제시한 바 있다. 송 사장은 “한 분기가 지난 지금 목표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에서 B2B 고객들을 적극 공략하며 성장세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오라클은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국내에 2개의 데이터센터(복수 리전)를 완공했다. 국내 기업 고객들의 재난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외 국내에 복수 리전을 확보한 글로벌 사업자는 AWS, 애저 뿐이다. 또 클라우드 파트너(MSP) 생태계도 재정비했다. 베스핀글로벌, 메가존 등 국내 선두권 MSP들이 일원으로 합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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