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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제지업체도 구인난…지원자 적어 4개월새 공채만 2번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 심화

아세아제지 가동률 94% 달하지만

신입·경력 지원자 부족해 '속앓이'

MZ 근무지 수도권과 멀어 관심밖

정부 현금수당에 '임금 눈높이' 쑥

미국 등 세계 각국 일손부족 심각


국내 최대 산업용지 기업 아세아제지의 경기도 시화 공장에서는 최근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올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100%에 육박한 94%를 기록했다. 비대면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포장 수요가 늘어나 주력 제품인 골판지 생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바로 구인난 때문이다. 아세아제지는 경영 호전에 발맞춰 올해 7월 공개 채용을 했지만 지원자 부족 등으로 원하는 규모의 인력을 뽑지 못해 이달 다시 공채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수요가 회복되면서 빠르게 성장 중인 제조 중견·중소기업들이 최근 들어 구인난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근무지가 수도권에서 먼 이유도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청년 수당, 저소득 청년 대상 저리 대출 등 각종 수당과 정부 지원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아세아제지는 올해 7월 사무관리직 신입 및 경력 사원 공채를 완료했지만 다시 이달부터 주요 사무관리직 신입 및 경력 사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4개월 만에 또 공채를 시작한 것이다.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지원자가 생각보다 적어 다시 채용 공고를 냈다”며 “아무래도 사업장인 시화공단이 수도권에서 거리가 있다 보니 지원이 적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세아제지는 골판지 시장 성장으로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4,51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두 배 증가한 661억 원을 보였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아세아제지가 공채에서 원하는 인력을 제때 뽑지 못하는 것은 최근 인력시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 세계 빨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서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일의 국내 공장은 경기도 김포시 외곽에 있다. 구직자들이 갈수록 줄어 국내 신입 직원 대신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면서 최근에는 생산직 중 40~50%가량을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했다. 서일 관계자는 “국내 신입 직원을 뽑는 데 애로 사항이 많다”며 “사업장이 수도권 외곽에 있는데 구직자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용 분야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탄탄한 중소·중견기업들의 구인난이 심해지는 데는 수도권과 먼 지역을 피하려는 취업자의 성향뿐 아니라 정부의 현금성 수당 확대에 따른 구직자들의 취업 의지 감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젊은층이 정부와 지자체의 현금성 지원으로 많게는 월 100만 원에 가까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내년 최저임금 기준 월급(182만 원)에 대한 이점이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올 1월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저소득 구직자 등에게 6개월간 50만 원씩 총 30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저소득 청년에게 보증금 3,500만 원 이내에서 연 1.3%, 월세는 월 40만 원, 최대 960만 원 이내 금액을 1%대 금리로 대출해준다. 내년에도 저소득층 청년에게 월세 20만 원 지원,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에서는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 25만 원씩, 1년간 100만 원가량의 청년기본소득을 경기 지역화폐로 준다. 서울시 역시 만 19~34세 시민에게 월 50만 원씩 3~6개월간 지급한다. 서울시 각 자치구 또한 코로나19를 이유로 졸업 후 2년 이내 실업 및 미취업 청년층에게 50만 원가량의 취업장려금을 준다.

수당 지원, 임대료 지원 등 각종 현금성 지원의 영향으로 구직자들은 실제 희망 임금의 눈높이가 올라가 있기 때문에 우량 중견·중소 제조기업이 제시하는 임금이 성에 차지 않는다. 노동시장에서 구인·구직자 사이의 ‘미스매칭’이 심화되는 이유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력 부족율은 2.2%, 부족한 인원은 2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보다 5만 명가량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25.8%는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다’고 답했다.

현금성 지원 확대에 따른 구인난 심화로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시장 임금 상승도 예상된다. 크레딧잡에 따르면 아세아제지의 경우 2015년 8월 380만 원 정도였던 월급여가 올 8월 480만 원으로 26% 증가했다. 서일 역시 같은 기간 2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20%가량 늘었다.

고용시장의 구인난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각종 실업수당 증가 영향으로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미국 기업들은 일손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27일(현지 시간) 바리스타 임금을 현재 시급 14달러에서 17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지난달 평균 시급을 15달러에서 18달러로 인상했다. 미국 코스트코 매장 직원 시급도 8개월 만에 16달러에서 17달러로 높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제도의 구조적 개선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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