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여건에 따라 인력이나 임금을 조정하기 어려워 신규 채용을 망설이게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일수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1일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노동 유연성 및 안정성은 모든 유형에서 중간값인 3점(5점 만점)을 밑돌았다. 이번 조사는 전국 30인 이상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먼저 유연성 면에서는 고용·해고 등 인력 조정의 용이성을 뜻하는 ‘외부 수량 유연성’에 대한 체감도가 2.71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임금 조정의 용이성(임금 유연성)’ 2.78점, ‘근로시간 조정 용이성(내부 수량 유연성)’ 2.80점 순이었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에서도 전체 141개국 가운데 정리 해고 비용 116위, 고용 및 해고 관행 102위, 임금 결정 유연성 84위 등 관련 지표의 하위권을 차지한 바 있다.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모든 항목에서 체감도가 더 낮게 나타났다. 노조가 있을수록 노동시장을 보다 경직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임금 유연성은 노조가 있는 기업(2.66점)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0.19점 낮았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노동시장을 경직적이라고 평가하는 경향도 보였다. 경총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직무 순환이 가능한 규모의 인력과 체계적인 평가·훈련 시스템을 보유해 기능적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노동 경직성 탓에 신규 채용을 주저하게 된다는 기업도 10곳 중 4곳에 달했다. 전반적인 조직 활력이 저하되고 채용 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나 위탁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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