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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누구를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인가

◆금융부 이태규기자





지난 10년간 13차례 내려간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가 추가로 인하될 모양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수수료 인하안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물론 카드 수수료 인하에 당위성은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아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반면 그동안의 수수료 인하에도 카드사 실적은 고공 행진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어려운 반면 카드사는 돈을 잘 버니 카드사가 양보하라는 감정적인 접근보다는 이 정책으로 일어날 일을 차분히 따져봤으면 한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돕는 차원에서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금융 당국의 요구에 ‘네, 고통 분담에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라고 응할 카드사 CEO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카드사 CEO 임기는 보통 1년, 길어야 2년이다. 실적에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결국 카드 사용자에게 주어질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영화관 50%, 대중교통 20% 할인 등의 혜택을 주던 ‘알짜 카드’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액의 1%만 적립해줘도 ‘파격 할인 카드’라고 대접 받는 시대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수치에서도 감지된다. 7개 카드사에서 단종된 카드 수는 지난 2018년 100개였지만 수수료가 내려간 2019년 202개로 2배 이상 늘더니 지난해도 역시 202개가 증발했다.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는 전 국민에게 주어질 혜택을 또 한번 줄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영세 자영업자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느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매출이 적은 자영업자인데 잇단 수수료 인하로 연매출 3억 원 이하의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율은 1%가 채 되지 않는(0.8%)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수수료 등 경영 판단 사항은 원칙적으로 금융사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수료 개편 최종안은 당정 협의를 거쳐 11월 말 나올 예정이다. ‘그동안 내렸으니 이번에도 내린다’는 관성적인 판단보다는 진정 국민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따져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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