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한다)’를 이끌었던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빚투로 인한 이자 부담이 청년 세대의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억눌려왔던 소비 심리 반등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년 세대가 남아 있는 만큼 소비 양극화 현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40세 미만의 소비 지출 전망은 119로 40대(117)·50대(109)·60대(104)·70대 이상(104) 등 다른 세대를 앞질렀다. 6개월 뒤 소비 지출이 현재와 비교해 어떻게 될 것인지 묻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지수가 100보다 크면 장기 평균치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20~30대는 의류비, 외식비, 여행비, 교양·오락·문화생활비 등 대면 서비스와 관계가 있는 지출 전망에서 다른 세대를 압도했다. 외식비 지출 전망은 40대 미만에서 102를 기록했으나 40대(98)·50대(94)·60대(93)·70대 이상(90) 등 다른 세대는 100을 밑돌았다.
통상적으로 청년 세대는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보다 소비 여력이 크다. 여기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데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년 세대의 소비 심리가 강한 회복 흐름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동향조사는 민간 소비와 상관계수가 높은 만큼 청년 세대를 포함한 소비 심리 회복이 향후 국내총생산(GDP)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은은 청년 세대의 소비 심리 회복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 중에서도 저소득층이나 일부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동향조사 표본 수가 적다 보니 부모 도움 등으로 주택을 매입해 여유가 있거나 소득이 많은 일부 청년들이 명품 등 고가품을 중심으로 소비를 늘리면서 전체 청년 세대의 소비 심리 회복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 세대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소비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율은 12.8%로 다른 연령층(7.8%)보다 높은 수준이다. 집값 상승으로 늘어난 전월세 부담이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빚투에 나선 청년이 많아졌다고 해도 전체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대출을 받아 소비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은 매년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청년 세대 빚투가 소비를 어느 정도 제약하는지 살펴보려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지만 최근 30대를 중심으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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