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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떡만들기'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나?

'떡 만들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오랜 연사, 한반도 전체 향유·전승

지리적 특성 다양하고 지금까지 활발

충재 권벌 종가에서 불천위 제사에 올린 완성된 편. /사진제공=문화재청




설날에 떡국 한 그릇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 했고, 백일상·돌상·환갑상과 각종 잔칫상부터 제사상·차례상에 절대 빠져서는 안될 음식이 바로 떡이었다. 곡식가루를 재료로 하는 떡은 시루에 안쳐 찌거나, 쪄서 치거나, 물에 삶거나, 혹은 기름에 지져서 굽거나, 빚어서 찌는 등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일생의례를 비롯해 주요 절기와 명절에 여러가지 떡을 만들고 나눠 먹었다.

‘떡 만들기’가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1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대상은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까지를 포괄한 것”이라며 “다만 ‘떡 만들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과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전국민이 함께 즐기며 이어온 △아리랑 △제다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제염 △온돌문화 △장(醬) 담그기 △전통어로방식?어살 △활쏘기 △인삼재배와 약용문화 △막걸리 빚기 등 12종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나 특정한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떡메로 떡을 치는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고대 유적서도 발견되는 떡시루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떡을 만들어 먹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청동기·철기 시대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됐다. 고구려 고분인 황해도 안악 3호분 벽화의 부엌에 시루가 그려진 점 등을 미루어 고대에도 떡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으로는 ‘삼국사기’에 떡을 뜻하는 글자인 ‘병(餠)’이 확인되고, ‘고려사’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이색의 ‘목은집’ 등에서도 떡을 만들어 먹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조선 시대에는 농업 기술이 발달하고, 조리가공법이 발전하면서 떡 재료와 빚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더불어 각종 의례에 보편적으로 떡이 쓰이게 됐다. 궁중과 반가(班家)에서는 떡의 종류와 맛이 한층 다양해지고 화려해졌다. ‘산가요록(山家要錄)’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규합총서(閨閤叢書)’ ‘음식디미방’ 등 각종 고문헌에 기록된 떡만 200종이 넘는다.

성은 남이은 종가의 찐 송편. /사진제공=문화재청


■떡에 담긴 속뜻과 상징


떡은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으로 ‘나눔과 배려’ ‘정(情)을 주고받는 문화’의 상징이다.



어떤 의례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떡의 의미도 달랐다. 백일상에 올리는 백설기는 예로부터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이라 여겨 아이가 밝고 순진무구하게 자라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팥수수경단은 귀신이 붉은색을 꺼린다는 속설에 따라 아이의 생(生)에 있을 액(厄)을 미리 막기 위하여 올렸다. 백일잔치 이후에는 떡을 백 집에 나누어 먹어야 아이가 무병장수(無病長壽)하고 복(福)을 받는다는 속설에 따라 되도록 많은 이웃과 떡을 나눠 먹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 정초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겼고, 추석 때 먹는 송편은 햇곡식으로 빚은 떡으로 조상께 감사하는 의미로 조상의 차례상과 묘소에 올렸다. 송편은 지역별로 감자송편, 무송편, 모시잎송편 등 다양하다.

전통 혼례에서 신랑이 신부 집에 함을 가지고 오면 그 함을 ‘봉치시루’에 올리는데, 이 때 봉치시루 안에 붉은 팥시루떡이 담겨 있었다. 이 떡에는 양가의 화합과 혼인을 축복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회갑상과 제례상에 높이 괴어 올리는 ‘고임떡’은 생신을 축하하며 만수무강(萬壽無疆)을 축원하고, 돌아가신 조상의 은덕(恩德)을 기리는 의미가 있다.

수리취떡.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문화로 계승돼야 할 ‘떡 만들기’


떡에는 지역적 특성도 담긴다. 강원도는 감자와 옥수수의 생산이 많아 ‘감자시루떡’ ‘찰옥수수시루떡’ 등이 전승되고,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도는 예로부터 쌀이 귀하고 잡곡이 많아으니 팥·메밀·조 등을 떡 재료로 활용한 ‘오메기떡’ ‘빙떡’ ‘차좁쌀떡’ 등이 전승된다. 19세기 말 서양식 식문화 도입으로 떡만들기 문화도 일부 축소되고, 떡방앗간이 늘어나 집에서 떡을 만들지 않게 되면서 떡의 생산과 소비 주체가 분리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다양한 떡이 지역별로 명맥을 잇고 있으며 의례, 세시음식으로 활용하고 이웃과 나누는 문화가 계승되고 있다.

이처럼 ‘떡 만들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다는 점 △삼국 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서 떡 제조방법 관련 기록이 확인되는 점 △식품영양학, 민속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술연구 자료로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 △지역별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떡의 제조가 활발하고, 지역별 떡의 특색이 뚜렷한 점 △현재도 생산 주체, 연구 기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하여 떡을 만드는 전통지식이 전승·유지되고 있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떡 만들기에 이용되는 다양한 떡살.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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