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카카오페이 등 유니콘 기업의 성공적 기업공개(IPO)와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이후 호조세를 보인 데 힘입어 세계 최고 투자은행(IB)으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인 서울 사무소에서 4년 만에 전무 승진자를 배출했다. 골드만삭스 서울사무소는 국내에서도 IB 명가로 인정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무급 이하 인력들이 다른 업종으로 옮기고 있다.
3일 IB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본사는 최근 40여 개국 사무소에 걸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에서는 이석용 IB부문장과 박지은 증권 부문장이 각각 전무격인 ‘매니징디렉터(Managing Director·MD)’로 승진·임명됐다. MD는 전 세계 4만 3,000여 명의 골드만삭스 인력 중 5% 안팎으로 최고 경영진인 파트너 바로 아래 직급이다.
이석용 골드만삭스 전무는 2010년부터 골드만에서 근무하며 스타트업들과 오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올 해 쿠팡의 뉴욕 상장(공모 후 5조 3,000억 원 조달)을 자문하며 업계에 이름을 날렸다.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이후 아시아 기술 기업으로 처음인데다 올해 미국에 상장한 기술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여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전무는 국내 플랫폼 기업 매각 중 최대 규모인 ‘배달의 민족’ 매각 자문에도 참여했다.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약 1조 1,000억 원)나 카카오의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해외주식예탁증권 발행(약 1조 1,000억 원)도 그의 손을 거쳤다.
고려대 경영학과와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 전무는 보스턴컨설팅에도 몸 담은 바 있다. 그가 속한 골드만삭스 IB부문은 올 해 눈부신 성과가 많았다. 이마트가 인수한 이베이 매각 자문(3조 4,404억원),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2조 9,500억원), 글렌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맥쿼리인프라에 매각한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7,951억원), 우리금융 지분 블록딜(3,584억원), 마제스틱골프 매각(3.100억원)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카카오페이와 K카(공모가 기준 1조 2,022억원) 상장도 주관했다.
또 한 명의 전무 승진자인 박지은 본부장은 증권 부문 소속으로 파생상품 시장 전문가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했으며 뉴욕대 금융수학 석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무는 최근 1~2년간 국내 증시 거래량이 대폭 늘면서 골드만삭스의 증권 부문 실적도 크게 개선된 것이 승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골드만삭스 서울사무소는 1992년 개설돼 1998년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점으로 승격됐다. 현재 100 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칼라일로 이직한 김종윤 전무가 2012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전 직원의 상위 1%에 속하는 파트너로 승진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주식·채권부문에서 최재준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서울 지점 인력들이 업계 최고 수준의 실력에 강도 높은 업무량을 소화해 왔지만 최근에는 직접 투자 영역에 뛰어들겠다며 대형 기술기업이나 스타트업, 사모펀드 이직 사례가 많았다” 면서 “글로벌 본사가 그간 성과와 분위기를 반영해 복수의 승진 인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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