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가 4일 구속됐다. 다만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민용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게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발부 사유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았다. 이는 지난 김씨가 지난달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가 풀려난지 21일 만이다. 검찰은 두 차례 시도 끝에 결국 김씨 신병을 확보했다. 남 변호사도 구속 상태에서 수사 받는 처지에 놓였다.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남 변호사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정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세 사람 사이 구속영장 발부냐, 기각이냐의 운명이 갈렸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법원이 이른바 대장동팀이 각자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배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있으나, 주도 정도의 차이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와 남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 전 실장 등이 각각 ▲정·관게 로비 ▲자금 조달 ▲특혜 제공 ▲편파적 실무 절차 진행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배임 행위를 벌인 것으로 봤다. 대장동팀이 공모해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공모 지침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유리한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검찰이 내린 판단이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이어 김씨, 남 변호사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수사에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특히 대장동팀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적 판단에 따랐다’는 방어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의 본격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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