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통용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기준이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재무 정보에만 머물러 있던 공시 표준을 ESG에도 마련하겠다는 의미라서 국내 산업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3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심의회(ISSB) 설립을 발표했다. ISSB는 내년 6월까지 국제적으로 통일된 ESG 공시 기준을 제정하는 역할을 한다. ISSB는 출범 전까지 준비 작업에 참여했던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시 태스크포스(TCFD)의 제언을 토대로 ESG 공시 기준을 검토할 계획이다. TCFD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공개하도록 제언하고 있다.
TCFD는 직접 배출량인 ‘스코프 1’, 다른 업체에서 받은 전기 생산으로 배출된 ‘스코프 2’는 물론이고 거래망 전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량인 ‘스코프 3’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기업의 기후 관련 목표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제3자 검증을 받았는지도 알리도록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ISSB가 국제 단위의 ESG 공시 표준을 주도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간 TCFD를 비롯해 미국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 등 다양한 비(非)재무 정보 공시 표준이 난립해왔으나 원론적인 성격이 강한데다 체계성도 부족해 ESG 공시의 국제 표준으로 통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특히 주도 기구가 IFRS재단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ISSB를 중심으로 ESG 공시를 마련해야 한다는 합의가 마련돼 있었다. IFRS재단은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쓰는 재무 공시 기준을 제·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ESG 공시 제도 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ESG에 대한 내용이 재무제표에 들어가도록 개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ISSB의 출범이 이뤄져야 ESG 공시 제도화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해왔다.
산업계에서는 ESG 공시 제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속 가능성 관련 공시를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뚜렷한 숫자가 잡히는 재무 정보와 달리 ESG는 일관된 통계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환경(E) 부문과 달리 사회(S),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기준 마련에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환경 부문은 그나마 온실가스 배출량 등 계량화가 가능하나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측정하는 데는 방법론상 어려운 부분이 많아 관련 기준 마련에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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