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대장동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민관 공동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의 이익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여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동산 대개혁’ 관련 입법 방침을 내놓은 것과 맞물려 정부가 이 후보 공약을 지원 사격하기 위해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일방통행식 법 개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대장동 이슈 관련 요구를 종합 검토한 결과에 따라 ‘도시개발사업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민간의 개발이익 환수 강화 △민관 공동사업 추진 과정 공공성 강화 △중앙정부의 도시개발사업 관리·감독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국토부는 민관 공동사업의 근거법인 도시개발법에 민간의 이윤율을 제한하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법에 민간 이윤율 상한을 직접 규정하거나 출자자 협약에 민간 이윤율 상한을 설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민간 이윤율을 총사업비의 10%와 6%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토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윤율 상한을 초과해 발생하는 이익은 지역 내 기반 시설 등에 재투자되도록 제도화할 예정이다. 또 공공의 출자 비율이 전체의 50%를 초과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 이익을 환수하고 개발 부담금의 부담률 상향 및 감면사업 축소를 추진한다.
그러나 부동산 학계 및 건설 업계는 정부가 민간사업자의 수익률 현황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이익을 제한하려는 조치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시개발법 자체가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이익에 제한을 둘 경우 부동산 침체기에 민간사업자들의 참여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토부는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장관은 세부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이 없어 수익률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또는 지방,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의 민간 개발 시 수익률이 파악되지 않은 채 상한선을 긋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계적으로 이윤율 상한선을 둘 경우 공사비를 올리거나 은행 대출 이자율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전체 사업의 수익률을 조정하는 꼼수가 판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로 수도권에서 저위험·저수익 사업을 벌이는 대형 건설사보다는 지방에서 고위험·고수익 사업을 벌이는 중소형 건설사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중소형 건설사 관계자는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게 아니라 아예 수익이 안 날 수도 있다”며 “법의 적용 범위에 따라 신규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질 뿐더러 기존 사업 자체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토부도 “민간 참여 위축 가능성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지는 못했다”면서 “향후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며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국토부는 이 밖에 민관 합작법인(SPC) 가이드를 마련하고 출자자가 조성토지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 출자 범위 안에서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사용 계획을 지정권자에게 승인받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의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지정권자가 구역 지정, 개발계획 수립 시 국토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는 대상을 확대(구역면적 100만㎡→50만㎡ 이상)한다. 국토부 장관이 민관 공동사업 운영 실태 등에 대해 필요한 경우 지정권자에게 보고 요청하고 검사 및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국토부 장관이 이재명 후보와 같은 지자체장에게 관련 사업 보고를 요청할 수 있겠느냐”며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도시개발사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로 도시개발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방안 마련 전에 전문가·지자체·사업자들과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했는데 방안을 빠르게 마련하느라 그런 과정이 생략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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