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 손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국내 골프장을 고가에 사들이며 최근 골프 산업 열풍에 가세했다. GIC는 충북 보은에 위치한 클럽디보은을 1,000억 원에 인수해 기존 주인인 이도는 3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수익을 보게 됐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클럽디보은은 최근 GIC가 인수를 확정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및 인프라 관리 전문 기업인 이도는 보은산업개발을 통해 관리·보유했던 클럽디보은을 약 1,000억 원에 매각했다. 대중제 18홀 골프장인 클럽디보은의 가치를 홀당 55억 원으로 책정한 셈이다. 클럽디보은은 약 94만 5,000㎡의 부지에 총 연장은 6,163m(6,740야드)에 이른다.
이도는 지난 2018년 5월 레이크힐스 계열 속리산개발로부터 473억 원에 보은CC를 인수했다. 당시 보은CC는 모회사의 어려움으로 개점 휴업 상태였는데 이도는 보은CC에 ‘클럽디’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이고 로커룸과 클럽하우스를 새 단장했다. 이도는 이어 인근에 클럽디속리산을 인수해 클럽디보은과 직원 시설을 공유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이도는 이후 최근까지 전북 익산의 클럽디금강, 인천 서구의 드림파크, 경남 거창의 클럽디거창 등을 인수하거나 위탁 경영하며 사세를 넓혔다.
이도의 골프장 수익은 2018년 매출 33억 원에서 지난해 말 337억 원으로 10배 넘게 성장했다. 클럽디보은 역시 2018년 인수 1년 만에 매출이 2배 올라 2019년 92억 원을 기록했다.
그간 국내에서 오피스빌딩이나 물류창고 등에 투자를 집중해온 GIC가 클럽디보은 인수를 결정한 것도 최근 골프 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의 대중제 골프장이 홀당 100억 원대에 거래되는 데 비해 접근성은 좀 떨어지지만 클럽디보은의 가격이 저렴한 것도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GIC는 대우건설이 2019년 춘천 파가니카CC를 매각할 때도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등 꾸준히 국내 골프 업계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GIC의 부동산 인프라 투자 부문이 클럽디보은에 이어 국내에서 추가로 골프장을 사들이기 위해 지방 골프장 등을 중심으로 매각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GIC는 5,450억 달러(올 3월 말 기준)의 운용 자산을 보유한 세계 6위의 국부펀드다.
다만 위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어 젊은 층의 여가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해외 골프 여행 등의 수요가 충족되면 치솟던 국내 골프장 가격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골프 산업이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놓여 최근 골프장 매매가 활발하다는 관측도 있다. 올 들어 골프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스코어가 27홀 대중제 골프장인 힐데스하임을 1,600억 원에 사들인 바 있으며 골프존카운티도 신한대체투자운용이 보유했던 대중제 18홀 골프장을 1,320억 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매매 호가가 너무 높고 미래 성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골프장을 개발해 매각하는 대안을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