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발 요소 수급난을 계기로 핵심 관리 품목이 아닌 범용 수입 품목도 공급망 리스크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중국의 이번 요소 수출 통제처럼 거래 대상 국가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업계와 함께 재고 축적 등과 같은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내부적으로 범용 수입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공급망 점검에 착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희토류 등 원래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품목이 아닌 범용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에 위기 조짐이 있는지에 관한 기초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입품이 1만여개가 넘어서 다 일괄적으로 조사할 수는 없고, 중요도에 따라 대략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뒤 추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면 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품목은 사재기 등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요소 수급난의 조기 해결이 난망한 가운데 다른 수입품으로까지 공급 부족 사태가 번져 ‘제2의 요소 대란’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해서는 국산화 등을 통해 공급망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적 수요가 커 글로벌 확보 경쟁이 치열한 희토류 등 희소금속도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을 집중 관리 중이다.
그러나 소규모 수입업자들이 가격에 맞춰 자체적으로 수입해온 요소 등과 같은 범용 품목은 평상시 공급망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요소 부족 사태도 이런 이유로 정부의 초동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국발 공급망 충격의 파장이 다른 원자재로도 옮겨붙을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로 마그네슘 생산을 줄이자 마그네슘 가격은 올해 7월 중순 톤당 1만9,000위안(약 352만원)에서 9월 한때 7만위안(약 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로 주로 쓰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알루미늄 가격 역시 중국 정부의 생산 통제로 인해 지난달 기준 톤당 3,000달러(약 356만원)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지다.
건설현장과 생활용품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도 불안하다. 중국 내 감산이 이뤄지면서 실리콘 원료인 메탈실리콘의 가격은 8월 초 1만7,000위안(약 315만원)에서 지난달 6만1,000위안(약 1,130만원)까지 올랐다.
이들 원자재 가격은 이달 들어 조금씩 하락하고 있으나 중국 전력난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또다시 가격이 요동치고 품귀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필수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3,941개(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쏠림 현상이 심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로 수입선이 막힐 경우 대체선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마그네슘(마그네슘잉곳)은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기기 및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은 94.7%, 전자제품의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요소처럼 첨단기술 영역이 아니더라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평상시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부처 한 곳이 전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가 차원의 콘트롤타워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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