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바뀌어도 변함 없이 좋은 차들이 있다. 스포츠 세단을 대표하는 BMW 3시리즈,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인 벤츠 S클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모두 타고 싶어하는 이 차들은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굳이 운전해보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미니도 세대를 넘나드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 여왕을 비롯해 비틀즈, 에릭 클랩튼 등 유명 인사들이 사랑한 미니는 BMW에 인수된 후에도 경쾌한 주행성능을 바탕으로 출시되는 모델마다 운전자들의 인기를 끌어 왔다. 그 중에서도 뉴 미니 컨트리맨은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세그먼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다.
컨트리맨의 외관부터 살펴보면 미니(MINI)답지 않게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차량 길이는 4,295mm, 차량 폭은 1,820mm, 전고는 1,600mm이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보다 크다. 커진 사이즈 덕분에 개성 있는 기존 미니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귀엽다기보다 강인하다는 느낌이 든다. 앞에서 바라봤을 때 미니의 전통적인 육각형 라디에이터크릴로 시작해 각진 디자인의 헤드라이트, 비대칭 테두리의 주간 주행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선을 뒤로 돌리면 미니 디자인을 대표하는 영국 국기 유니언잭 패턴을 적용한 후미등이 강인한 느낌을 더한다. 하지만 바깥에서 차 안으로 들어가면 동글동글한 느낌으로 귀여운 반전 매력이 나타난다. 오디오부터 문 손잡이 등 차량 내부 곳곳이 원으로 만들어져 곡선의 아름다움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실내 중앙에 위치한 큼지막한 둥근 디스플레이는 미니 내부 디자인의 백미다. 이를 감싸고 있는 LED 조명은 주행 모드나 엔진 RPM에 맞춰 색깔이 달라지면서 운전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자리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주행을 시작했다. 일반 모드에서는 승차감이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 세대의 미니까지 비슷한 체급의 라이벌 차량들과 비교해 다소 딱딱한 서스펜션 세팅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미니 승차감에 대한 혹평이 많다. 안락함을 중요시하는 국산 세단처럼 푹신한 느낌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도심에서 운전을 해도 피로가 쌓일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특히 일반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경쾌하게 앞으로 나가 소형 SUV로서 도심 주행에서 누구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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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미니의 원래 성격이 나타났다. 귀여운 디자인 때문에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니의 본질은 스포츠카에 가깝다. 미니가 처음 출시된 1960년대에 유럽 모나코에서 열리는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엑셀을 밟는 순간부터 서스펜션은 딱딱해지고 운전대도 묵직해진다. 달리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미니는 운전자와 한 몸이 돼 도로 위를 날렵하게 움직인다. 마치 경량 스포츠카 같은데 특히 코너링 구간에서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이 가능해 민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BMW 그룹에서 공유되는 기능 덕분에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하이빔 어시스트, 보행자 경고 및 제동 기능,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기술이 기본 적용돼 차 간 거리 및 속도를 맞추면 알아서 안정적으로 운행한다. 다만 네비게이션의 경우 성능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코닉한 둥근 원 디자인에 맞춰 제작하다 보니 화면이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주행을 맞치고 생각해보니 컨트리맨을 미니(MINI)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즈 측면에서 이미 경차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굳이 말하자면 ‘빅’(BIG)은 아니지만 ‘미디움’(MEDIUM)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기가 커졌기 때문에 갖는 장점도 분명하다. 소형 SUV 사이즈로 뒷좌석을 접으면 차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도심 주행을 주로 하지만 가끔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며 도시를 벗어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할만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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