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세무사 싸움에 신생 플랫폼 스타트업 등만 터지게 됐다. 변호사의 세무 대리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세무 대리 업무의 소개·알선 금지’ 조항이 포함돼 세무 대리 스타트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무·법률 서비스 문턱을 낮추려는 스타트업이 해당 전문직 간 기득권 다툼 탓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누구든지 세무 대리 업무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 탓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해당 조항을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인공지능(AI)을 통한 세무 업무 대리, 세무 견적 추산을 통한 맞춤식 세무사 추천 등의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줄폐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무사와 변호사 간 직역 다툼 끝에 신설된 조항이었는데 불똥은 세무 대리 스타트업에 튄 셈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세무사·변호사 간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업계의 절규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변호사의 세무 업무 제한에 대한 위헌성만을 두고 다퉜다. 법사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플랫폼 사업과 관련한 지적은 금시초문”이라며 “변호사와 세무사 간 갈등 해결만 고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까지 나서 “플랫폼 업체 활동이 위축되고 위법 여부까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이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플랫폼 스타트업 관련 내용은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약 30개의 스타트업들이 불법·위법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 500만 명의 한 세무 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회사 인력이 부족해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해당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는지도 몰랐다”며 “부당 이익을 취하려는 것도 아니고 세무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을 왜 불법화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이해관계를 풀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전문직 논리로 정치권 공방만 오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변호사와 세무사 간 직역 다툼에 정치권의 무지가 법률·세무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려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혁신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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