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노원구 월계동 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미미삼)가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지난 2019년 한 차례 예비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신 후 재수에 도전해 통과한 것이다. 약 4,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가 본격적인 재건축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 일대 노후 단지들의 정비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월계시영아파트는 전날 예비안전진단(현지 조사)을 ‘D등급’으로 통과했다. 예비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정밀안전진단에 앞서 지방자치단체가 단지를 방문해 육안으로 건물의 노후도 등을 파악하는 단계다. 이 예비안전진단에서 A~E등급 중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 사업에 돌입하고 D등급을 받으면 공공 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월계시영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8일 구청으로부터 예비안전진단 통과 통보를 받았다”며 “아직 세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밀안전진단 등 이후 절차를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준공된 월계시영아파트는 2019년 예비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이후 지난해 새 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올해 초 노원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고 이달 초 예비안전진단을 실시했다. 단지 규모가 3,930가구에 달하는 만큼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와 함께 강북권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월계시영아파트와 맞붙은 삼호4차 아파트도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만큼 두 단지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계시영아파트보다 1년 늦은 1987년 입주한 삼호4차 아파트는 총 910가구 규모다. 이들 단지는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개통,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개발 호재들이 맞물려 있다. 강북권 최대 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은 광운대역 주변 14만 8,166㎡ 부지에 최고 49층짜리 복합건물 랜드마크와 2,600여 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 다목적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창동·상계 일대를 ‘동북권 4도심’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광운대역 일대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편 월계동 외에도 상계·중계·하계동 등 노원구 일대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상계동에서는 상계주공1단지가 지난달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으며 2·3·4·7·9·10·11·13·14·16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중계동에서는 지난달 중계그린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고, 하계동 극동건영벽산·하계장미·한신청구 등도 최근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낸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아직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지 않은 노원구 아파트에 대한 수요에 더해 광운대역 역세권 등 개발 호재, 그리고 재건축 호재 등과 맞물리며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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