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업계가 가장 중요시하는 연중 행사 중 하나인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11월 11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의 소비 둔화로 3분기 실적이 주춤했었던 뷰티 업계가 행사 전용 기획 세트 등으로 성장세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는 전략이다.
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애경산업(018250) 등 국내 주요 뷰티 업체들이 광군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전체적으로 소비가 둔화됐고, 이번 광군제도 예년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도 올해 마지막 매출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광군제를 겨냥한 한정 세트를 구성해 소비 심리 자극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의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애국 소비 열풍을 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보자기처럼 생긴 광군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중국의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는 계획이다. 또 라네즈는 티몰 전용 세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헤라는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해 블랙쿠션 및 블랙파운데이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LG생활건강은 후, 숨, 오휘, 빌리프, VDL 등의 브랜드에서 광군제를 겨냥한 특별 세트를 판매한다. 우선 후는 궁중 보자기를 패키지 디자인에 담아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여러 온라인몰에 경복궁 경회루를 담은 브랜드 영상을 게재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휘는 중국의 보석 디자이너 '중화'와 함께 당나라 귀족들의 문화를 담은 '데뷔탕트'(성년이 된 상류층 자녀) 에디션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최근 중국 MZ세대에게 중국의 전통 문화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 이번 협업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티몰과 징둥닷컴 등에서 자체 뷰티 브랜드 '비디비치' 상품을 특별 할인가에 판매하고, '연작'은 광군제 전용 특별 세트를 마련했다. 애경산업도 에이지투웨니스(AGE 20's)와 루나를 중심으로 전용 기획세트를 출시하고, 장지아닝·관홍 등 현지 모델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비가 어려워지자 라이브방송을 강화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특히 주요 브랜드들이 모두 중국 왕훙(인플루언서)인 '웨이야'와 라이브방송을 진행한다. 웨이야는 중국 내에서 최정상급으로 꼽히는 대표 왕훙으로, 업계에서는 제품이 웨이야의 방송에 노출되기만 하면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0일 웨이야와 함께 한 광군제 예약판매에서 '후'의 대표 상품 '천기단 화현'에 대해 약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도 웨이야와 라이브방송을 진행하고, 신세계인터네셔날의 '비디비치'도 웨이야를 비롯한 인기 왕훙들과 함께 라이브 방송을 선보인다.
이밖에 중국에 진출한 지 올해로 27년 째 되는 이랜드도 당일 배송률을 높여 최고 매출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핵심 브랜드인 이랜드, 포인포, 프리치, 스코필드 등을 필두로 이랜드는 지난해 광군제에서 약 8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내 새로운 e커머스 채널이 안정권에 올라선 만큼 이번 광군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는 라이브커머스 등 판매 채널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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